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촌네글다방 Jan 18. 2024

하루

시간이란 족쇄를 차고 있다.
무형이면서 추상적인.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무실체의 억압.
무지몽매한 이들은 의지대로
풀고 채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그것.


항상 생각한다.
해 한 번, 달 한 번으로 생각하는 하루가
사실은 해 두 번, 달 두 번,
해 세 번, 달 세 번일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30년의 인생은
20년, 10년으로 줄어들겠지.
하루라는 개념이 너무 길어지고
길어진 하루를 채우는데 필요한 행위가
너무도 많아진다는 게 두렵거나 귀찮아서
누군가 하루라는 시간을 쪼갠 듯하다.  


이렇고 그렇고 한 인생일지라도
짧은 것보단 긴 게 낫다는 생각에
허무의 유한성을 늘리기 위해
지금의 하루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을 거야.


지금 숨 쉬는 하루라는 시간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에 의해 정해졌고
그것이 목줄처럼 작용해 나를 개처럼 끌고 간다고 생각하면
뇌피질에 좀이 쑤시는 느낌이다.
격렬히 저항하고 싶은 반항심이
피부 끝을 뚫고 나오려 한다.

하지만 이내 가위눌린 소시민처럼
몸을 순식간에 조여 오는 시간은
거칠게 내 목을 상처 내는 노끈과 같이
날 꼼짝도 못 하게 하고
뒤집고 비튼 몸은  뒤엉키고 뒤집어진다.


그들의 하루와는 상대적인 시간을 살고 싶은 욕망
그리고 의지가 있다고 착각하나
하루라는 개념을 해달 한쌍으로 정의 내린 선조들 덕분에
내 치기 어린 생각은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맨땅 위의
시들시들한 잡초처럼 그 생명을 잃는다.


신이 있다면, 제발 지금 비를 내려달라.

고됨은 넘치고 만족은 희귀함을 알려준 당신이기에

눈앞에 1670년 조선을 보여줄려나.

그래도 땅에 고개를 처박기보단

구름을 향해 고개를 처드는 것이

모가지가 덜 아프기에

오늘도, 내일도 바란다.




이전 08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