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지 말고 빼기
그는 공연 중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콘서트를 할 때 그는 하루 두 번의 공연을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공연장으로 달려와 리허설을 한다. 그리고 오후에 두 시간이 넘는 과격한 댄스를 곁들인 두 번의 공연을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밤이 된다. 그런데 그는 그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은 팬들은 경악한다. 호리호리한 몸매의 그가 하루 종일 거의 물만 마시면서 그렇게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뿜어내다니! 긴장되고 흥분된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일이 더 힘들다고 한다. 오히려 먹지 않을 때 강한 집중력이 생긴다고 한다.
누나 같고 엄마 같은 팬들의 마음은 그런 그를 걱정한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할 텐데...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들 그가 엄청난 관리를 했고, 몸매를 잘 유지했다면서 감탄한다. 같은 연예인들도 그를 보면 그 이야기를 할 정도이다.
그는 말한다. 미국에서 서빙을 하면서 하루에 최고 15킬로미터 가깝게 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했고, 그러면서 중간에 밥을 먹으면 졸리고 힘들어서 일을 할 수 없어 밥을 먹지 않고 일을 하곤 했다고. 그러면서 저절로 살이 빠지고 이런 몸이 되었다고.
그리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계속 일을 해야 했고, 늦게 낳은 아직 어린 아들이 자랄 때까지 서포트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그래서 좋아했던 탄수화물과 설탕도 단숨에 끊었다고.
탄수화물과 설탕... 담배나 술을 끊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음식을 끊는 일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자기가 정말 좋아했던 음식을. 솔직히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 엄청난 자제력과 정신적 힘이 필요할 것 같다.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누구든 당장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그의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그의 말대로 무언가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 처한다면 먹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도 가끔 강의나 특강 같은 것을 앞두고 있을 때는 잘 먹지 않는다는 게 생각난다. 단기간 집중해서 해야 할 과제가 있을 경우에도 그런다.
그 순간에는 저절로 먹지 않게 된다. 배가 고프다거나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커피 같은 건 마시지만 배를 부르게 하는 한 끼 음식은 먹지 않는다. 머리가 명료하고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배가 빈 게 훨씬 낫다는 걸 나도 모르게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어 시간 그 순간에 집중하여 전심전력을 다 하고, 그런 뒤에 음식을 먹는다.
역시... 나도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도 모르게 그러고 있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그가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에너지를 보고 있노라면 두어 시간 속을 비우고 떠드는 강연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보인다. 수 천 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하고... 그것도 하루에 두 번. 하루 종일 그 긴장감과 흥분감 상태 속에서. 엄청난 집중력과 기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죽하면 공연이 끝나면 바지 허리가 헐렁해진다고까지 할까. 그렇지 않아도 한 줌 허리인 그가.
무얼 먹어야 나도 당신처럼 그렇게 몸매가 좋아질까요?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먹지 않는가가 중요하다고.
종종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음식들. 손에 닿는 곳에 있어서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입이 심심해서라면서 그냥 집어먹는 음식들, 간식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혹은 먹고 싶다고 잔뜩 사두었다가 먹고 싶지 않아 버려지는 음식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흔히 무엇을 먹야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이 되고 싶나? 무엇이 좋나? 그런 식으로 사고한다. 더하고, 더해서 더 하고 더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의 말을 들으면 뭔가 생각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가 말한 대로 반대로 빼는 쪽으로 생각해 본다. 무엇을 먹지 않는가가 중요하다... 는 말을 다른 곳에도 적용시켜 본다.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무엇이 되고 싶지 않나? 무엇이 좋지 않나? 생각을 조금 틀어보면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더 명료해지고 단순해진다.
무얼 먹어서 그렇게 멋진 몸매가 된 것이 아니라 무얼 먹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무얼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얼 하지 않아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무엇이기 때문에 좋은 게 아니라 무엇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무엇이 아닌 것이 무엇일까... 손꼽아 보니 음... 많다!
나도 어떤 사람이 아닌 어떠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떠하지 않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