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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Feb 12. 2017

 12월의  뉴욕

맨해튼 주택가, 모홍크 국립휴양지


  


 차를 세워 둘 수 있는 곳은 항상 중심가 아파트보다 한 두 블록을 지나 좀 외진 곳이 된다.

경비원이 없는 낡고 때묻은 건물들이 겨울의 흐린 하늘과 어우러져 더 무채색으로 보이는 그 길을 걸어

내려오다가 모퉁이의 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연어 한 토막과 브로콜리로만 구성된 소박한 저녁을

먹곤 했는데  2,30대의 젊은 여자들이 많아 실내 분위기는 항상 밝고 유쾌한 웃음들이 감돌았다.

마치 영화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과 친구가 미용사와 같은 새로운 일을 배우겠다고  선언하던

그런 동네 같기도 하고...

 계산대 앞의 줄에 서면 뉴요커들 답지 않은 편견 없는 환한 눈웃음과 소탈한 인사말들이 던져져 와

나를 급 당황하게도 하던....!





           

           어쨌든 맨해튼의 주택가는 아래로 내려올수록 예쁘고 정갈해진다.

           아침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서면 아파트들의 현관문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심심치 않던...







 작은 동네 교회가 아파트 라인에 티 나지 않게

자리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교회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리스가 예쁜 현관이라 들여다보다가 추위도 잠시 덜며 가족같이 자유롭고 따스한 분위기의 예배시간을 나무 계단에 앉아 즐겼다.

 대부분 100여 년 식의 연륜을 가진 맨해튼의 아파트들은 수도꼭지를 틀면 삐걱삐걱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기초가 탄탄하여 난방이 매우 풍족하고 쾌적하다. 오래된 시설 그대로 노년의 질 좋은 삶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라 한다.

 센트럴 파크에서 애완견과 산책하고, 저녁에 메트로의 오페라나 브로드 웨이 연극을 가는, 아직도 서로에게 남성성과 여성성을 엄청 풍기는 멋쟁이 노부부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먹거리를 사러 간  동네 마켓에선  너무 많은 양질의 치즈와 버터 때문에 고민에 빠지고

       음식 재료만큼이나 신선하고 풍성한 꽃들이 눈에 밟혀 내가 여행자라는 것을 잊고 꽃 한 다발씩을

       사게 하던...!

 


 흐린 날 로어 맨해튼에 갔다.

 이 동네는 직장인들이 많아선지 사람들이 대부분 올드하지 않다. 페리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젊은 아가씨들, 흑백의 그녀들에게선 정말 다른 개성이 묻어나지 않는가. 머리를 높이 틀어 올린 늘씬한 몸매의 흑인은 모델 같기도 하고..  내가 뉴욕에 와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많은 흑인 아가씨들이 바비인형처럼 예쁜 모습을 지녔다는 것이다.  연말의 5번가에서 미니 산타 복장으로 노래하던 구세군이나 초콜릿이나 샴푸 가게, 세일 중인 브랜드 매장 입구에 선 그녀들은 모두 곁의 백인 동료가 무색하게 매력적이다.

그리고 여행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존하는 그들 사이 저변에 깔린 싸늘한 흑백대립의 기류를 저절로 자주감지하게도 되었다.


   운무 속에 갑판에 나가 카메라를 들고 자유의  여신상을 몇 장 찍었지만  여행객인 내가 이상해 보일

 정도로 책이나 서류를 들고 앉은 직장인이 많은 시간대의 페리.

 


 


 모홍크 ( Mohonk )

 연말에 대선에 패배한 힐러리가 뉴욕 북부 한 국립공원 내 리조트에서 민낯의 다소 허한 모습으로

핸폰 삼매경인 사진이 전 세계의 매스컴을 탄다.

붉은 포인세티아 화분이 창틀마다 놓여 지던 그 시즌의 모홍 마운틴 하우스는 내게도 매우 특별한

방문지였다.




  뉴저지 외곽을 30여 분 달려 산 중턱에 주차를 하고도 10여 분을 더  걸어 올라가면 살얼음이 낀

 큰 호수와 빅토리아풍의 거대한 성채같은 리조트 건물이 나온다.

 150년이나 된 낡은 곳이지만 뉴욕인이 꼽는 가장 로맨틱한 장소라고도  한다니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Mohonk 는 인디언 말로 '하늘 위의 호수'라는 뜻이다. 그러게 깊은 산중턱에 웬 호수냐고

 나는 신기해 했다.  내부에서 만난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은 매우 비싼 숙박비를 지불하고도 겸허함과

 여유로움이 몸에 밴 미소를 건네며 모두가 고즈넉한 연말을 즐기고 있었다.

  화려함이 전혀 없던 낡고 오래 된 가구들, 창틀에 놓인 긴 나무 화분 속의 어린 수선화나 포인세티아,

 유명인들이 스쳐간 코너마다의 흑백 가족 사진들... 

  살얼음낀 호수가에 준비 된 즐비한 흔들의자들은 이곳이 숨 막히게 살아가는 뉴욕인들에게 가까이

 위치한 자연 휴양지로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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