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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Nov 25. 2021

만  추

내장산 이동원 음악회






 매일 아침 문을 열면 가을은 조금씩 더 깊어간다.

비 오던 내장산 단풍을 힘들게 보고 온 날

늦게 일어나 내다 본 거실 밖 가을이 왜 그랬니

하듯 환하다.

저녁에 이동원의 추모 콘서트 약속이 있어 청담동엘 다녀 왔다. 착한 후배의 운전으로 서울밤의

쨍한 추위를 오히려 즐거이 느꼈다.

요즈음 꽤 많은 귀천 소식을 들으며 내 나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체감하게 되네.

인생에 알고 있는 공과 사의 인물들이 한 분씩

우주의 바깥으로 산화되는 기분이랄까




 아이들의 책속에서 정지용의 시

'향수'를 가르칠 때 쯤 이동원의 노래도 함께 불려지고 있었다.  이 가수가 부른 노래들이 정호승이나 고은 같은 감성적인 시인의 시들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땐 이 분의 노래는 세상 밖에 잘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병세에 힘이 되고자 주변인들이 힘을 모은 음악회를 일주일 앞두고 그는 노래처럼

귀천했다고...


 황망한 음악인들이 프로그램도 미처 준비치 못하고 펼치는 작은 레스토랑에서의 추모 음악회.

 떨어진 기온 탓에 마당엔 난로불들이 지펴지고

머리가 하얗게 센 출연진이나 빠른 소문 접한 관객들이 함께 서서 김나는 겨울차 한 잔으로 추위를 비비는 상갓집 온 듯한 음악회였다.

내 눈앞엔 젊은 날 기가 막힌 목소리로 노래하던

임희숙씨가 흰 외투로 서성대고 흰 머리 묶은

김도향, 아직도 기타가 어울려 '우리들 이야기'라는 노래로 단박에 나를 캠퍼스 20대로 돌려보낼 수

있는 윤형주의 목소리가 있었다.  


 밤이 깊어 갈수록 그 분들의 정담과 젊은 날을 호출하는 가을 노래는 함께 나이 먹어 간 관객들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좋은 가수 한 사람이 쓸쓸히 살다 떠난 추모 공간이 모두에겐 지극히도 만추를 느끼게 하는 밤이었다.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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