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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Sep 21. 2021

 6월 서해 군도

외연도 ,쟝 그르니에 , 아구찜

  

 폭염이 오기 전 떠난 서해안 여행길에 쟝 그르니에의 섬이 떠오르는 몽환적 장면을 만났다.  


그것은 두어 시간을 올라야 하는 긴 구릉을 비밀스런 꽃들이 난무하는 척박한 대지와

자연에 대한 경이로 겸손해진 숨길... 그 다음에야 얻은 감동이다.

 오랜 시간의 흐름이 빚어 기품과 정적, 완벽한 무심이 건네고 있는 더 많은 언어가 거기 있었다.

  " 어떤 풍경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모든 욕망이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리고 공(空)의 자리에 충만함이 들어 앉는다. "

  그의  문장이 적절한 곳이었다.



 

  섬에서의 잠자리는 다소 불편하다. 자연의 비밀스러움을 많이 가진 여행지는 더 그렇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은 상습적인 불면과 뇌를 깨울 더 진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간간이 밥을 챙기던

 비효율적 상황이었고 일은 놓을 수도 계속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작은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 몸은 더 좋은 잠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

 그래도 꾹꾹 눌러 놓은 스트레스가 비죽이 나올 때는 몇 개 가본 적 없는 국내 여행을 꿈꾸곤 했다.

   "이 시국에 사치지 그렇고 말고..." 그러며 떠난 여행


  

 모로코 쉐프샤우엔 마을을 흉내라도 내듯 다양한 푸른 물감들이 어설프게 흩뿌려진 마을 집집이

  그 특이한 생선 아귀들이 줄줄이 걸려 말리고 있다.


아귀라는 고기는 남해 내 고향 근해에서나 잡히는 특산물인 줄 알았는데 서해 군도 어디에나 흔한

광경이란다. 어찌나 살집들도 좋은 지

내가 알던 비쩍 마른 어린 시절 아구의 기억은

가난한 집 아이의 자부심 같이 여겨진다.

지금도 나는 질척대는 생아귀살에 들큰한 양념범벅을 한 서울식 아귀찜엔 별 흥미가 없다.

 빨다보면 마른 뼈다귀에 입안 살점이 낚시처럼

걸려 당겨지기도 하던

  어린 기억 속 혹독하게 매웠던 담백한 아구찜은 언제나 엄마처럼 짠하고 그리운 소울푸드다.

 그 매웠던 국물로 다음날 밥 한 끼쯤은 더 때우시던 엄마의 식단표를 이야기하며 언니와 나는

 그 추억으로 조카들은 모르는 밤참을 나누기도 다. 

  빛이 변해가는 서해의 일몰을 바라보다 문득 고향의 마른 아구찜이 떠오르고

 이제는 낯설어져버린 거리들을 그 때의 여고생처럼 아프지 않고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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