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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횡성 휴양림

by Suyoung



오랜만에 야나첵의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On an overgrown path 1~2권'을 찾아 들었다.

지난주 다녀온 횡성 휴양림의 초여름 여운 탓이다.

20년쯤 전에 사둔 CD였고 역시 그즈음에 구입했을 비슷한 제목의 시집 한 권도 찾았다.

그동안 묻어 둔 이리 아름답고 선명한 곡들이었나 며칠을 틈틈이 듣게 된다.

초여름 숲에서의 투명한 아침이 그림처럼 떠오르는 선율이다.

시인 김영태는 그즈음 사랑에 빠진 듯한 시집 '누군가 다녀갔듯이 '를 썼는데 지금 보니 일흔 언저리.

이제는 덧없이 자연 속에 묻혀버린 영혼이지만 요즈음 어느굽은 천재 감독이 떠오르는...


언제나 캐나다의 깊은 숲 캠프를 버킷 리스트로 말하고 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휴양림에서의

숙박 경험은 처음인 지라 기대 속에 여행길. 몽환의 꽃시즌도 막 끝나고 초록이 물 오르는 계절이다.

전날은 퍼런 동해바다 곁을 뜨거운 햇빛 소나기를 맞으며 두어 시간 걸었던 상황이라

새벽부터 숲 냄새를 맡겠다고 나서기에 조금 무리였지만 그래도 이른 산책에 나섰다.

함께 잠 깬 지인이랑 피톤치드 가득한 새벽 공기와 오래전에나 들었던 몇 종류의 아는 새소리에 홀려 대화는 생략한 채 호흡만 크게 크게 키워 생명력을 받아 왔던 시간이다.


숲에서는 지고 온 삶의 궤적을 잠시 놓고 모두들 여유로운 햇살을 등에 진다. 네잎 클로버를 찾는

마음으로 돌아간다.

떠나기 전 휴양림에서 받은 식사는 절 음식처럼 가볍고 기름기가 적었다.

채소국에 밥 한 숟갈 적셔 위장까지 휘게시키고 출발!

여름동안 휴양림 여행을 좀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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