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작약마을, 정몽주의 임고서원
어찌 이리 고운 색상들을 뿜어 낼 수 있는 지 봄날 초록 산자락을 은신처로 겹겹의 아름답고
큰 꽃송이들이 집단으로 흐드러졌다.
색감의 화사함과 따스함은 프랑스 남부의 인상파 그림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르노와르의 부드럽게
살붙은 정물화 속 꽃송이들이다. 그러나 작약은 동양의 전통적인 꽃이라 더 매력이 크다.
산기슭 꽃더미에 둘러 싸여 그동안의 잡다한 감정들을 조금 정화시킨다. 이래서 자연은 때묻어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상비약이다.
영천은 약재로 쓰는 작약의 재배지로 유명한 마을이자 충신 정몽주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나처럼 포은이 고려에 대한 충절을 밝힌 뒤 극적인 죽음을 맞은 선죽교가 있는 개성을 고향이라고들 여기지만 이곳 출신이었다.
임고서원(臨皐書院 )을 성역처럼 조성하고 높은 충절을 기려 고려 충신의 위패를 모셔 준 이들은 조선의 대표 유학자 퇴계 이황의 문하생들이었다니 좋은 스승 아래 좋은 제자가 나온다는 말이 맞는 듯....(조금 반성 )
서원의 규모가 대단하고 운치있으며 소장하고 있는 포은 문집같은 서적들의 가치도 매우 높다.
500 여살 먹었다는 입구의 키큰 은행나무를 바라보다 더위를 식힐 겸 서점을 겸한 카페 온당에서 커피를
샀다. 카페 안에서 바라보이는 서원의 푸른 뷰도 아름답다. 주인이 포은의 생가가 좋다고 꼭 가보기를 권했지만 올라갈 시간이 빠듯해 작약 축제가 있을 내년 봄을 기약해 본다.
봄이 깊어가는 6월
꽃들이 숨 가쁘게 마지막 순번을 넘기고 마트에도 색색의 과일들이 줄 대기를 한다.
어제는 지인이 아껴 보내 준 남해 봄 바다에서
올라오는 붉은 열매같은 진짜 미더덕을 듬뿍 넣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위쪽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남쪽 지방의 일상 음식이면서 내겐 무한 애정 음식이다.
지금은 출하량이 귀해 위쪽으로 올라올 일이
거의 없으니 몇 년째 잊고 살다가 정말 반갑게도
퍼 먹었네.ㅎ
숲에 지는 꽃잎이 지천인 날
꽃들이 저마다의 향기와 모양새로 피었다 지듯
인간도 자기 만의 짐을 지고 생의 계절들을
기쁨과 슬픔으로 채우다 가야 하는 것이리라 생각해 본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