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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이 피는 마을

영천 작약마을, 정몽주의 임고서원

by Suyoung


어찌 이리 고운 색상들을 뿜어 낼 수 있는 지 봄날 초록 산자락을 은신처로 겹겹의 아름답고

큰 꽃송이들이 집단으로 흐드러졌다.

색감의 화사함과 따스함은 프랑스 남부의 인상파 그림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르노와르의 부드럽게

살붙은 정물화 속 꽃송이들이다. 그러나 작약은 동양의 전통적인 꽃이라 더 매력이 크다.

산기슭 꽃더미에 둘러 싸여 그동안의 잡다한 감정들을 조금 정화시킨다. 이래서 자연은 때묻어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상비약이다.


임고서원-1 (1).jpg


영천은 약재로 쓰는 작약의 재배지로 유명한 마을이자 충신 정몽주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나처럼 포은이 고려에 대한 충절을 밝힌 뒤 극적인 죽음을 맞은 선죽교가 있는 개성을 고향이라고들 여기지만 이곳 출신이었다.

임고서원(臨皐書院 )을 성역처럼 조성하고 높은 충절을 기려 고려 충신의 위패를 모셔 준 이들은 조선의 대표 유학자 퇴계 이황의 문하생들이었다니 좋은 스승 아래 좋은 제자가 나온다는 말이 맞는 듯....(조금 반성 )

서원의 규모가 대단하고 운치있으며 소장하고 있는 포은 문집같은 서적들의 가치도 매우 높다.

500 여살 먹었다는 입구의 키큰 은행나무를 바라보다 더위를 식힐 겸 서점을 겸한 카페 온당에서 커피를

샀다. 카페 안에서 바라보이는 서원의 푸른 뷰도 아름답다. 주인이 포은의 생가가 좋다고 꼭 가보기를 권했지만 올라갈 시간이 빠듯해 작약 축제가 있을 내년 봄을 기약해 본다.


봄이 깊어가는 6월

꽃들이 숨 가쁘게 마지막 순번을 넘기고 마트에도 색색의 과일들이 줄 대기를 다.

어제는 지인이 아껴 보내 준 남해 바다에서

올라오는 붉은 열매같은 진짜 미더덕을 듬뿍 넣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남쪽 지방의 일상 음식이면서 내겐 무한 애정 음식이다.

지금은 출하량이 귀해 위쪽으로 올라올 일이

거의 없으니 몇 년째 잊고 살다가 정말 반갑게도

퍼 먹었네.ㅎ

숲에 지는 꽃잎이 지천인 날

들이 저마다의 향기와 모양새로 피었다 지듯

인간도 자기 만의 짐을 지고 생의 계절들을

기쁨과 슬픔으로 채우다 가야 하는 것이리라 생각해 본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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