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구성 기법’
지난 글(서론 만드는 법)과 마찬가지로 아래 내용은 위스콘신대 임태섭 교수의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 나오는 ‘본문 구성 기법’을 분석한 뒤 내가 실제 사례들을 덧붙인 것이다.
1. 시간적 구성 (Chronological patten)
“2020년 코로나의 유사 사례를 알아보죠.<1918~1919년>에 스페인 독감이 3차에 걸쳐 왔습니다. 우리도 가을이나 겨울에 2차 코로나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또한 스페인 독감 이후 전 세계가 큰 정부를 강조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1930년> 대공황은 자본주의의 궤도를 완전히 변화시켰죠. 정부가 경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양적완화, 뉴딜 정책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유사 사례들을 보면 코로나 이후, 정치적 관점으로는 좌 지향으로 갈 것이며, 경제적으로도 큰 정부가 될 것이라는 걸 역사적으로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간적 구성은 인물, 사건, 역사 등을 연대기적 흐름으로 강연하는 것이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과거-현재-미래’ 또는 ‘도입기-성장기-성숙기’식의 흐름이 그러한 예다.
2. 인과적(원인과 결과) 구성 (Casual pattern)
“코로나(원인)는 인구의 변화(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거에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타격으로 2021년의 출생아 수는 26~27만으로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현상의 원인과 결과, 즉 인과관계를 하나씩 밝히는 기법인데 강연 뿐 아니라 연설, 토론, 대담 등에도 자주 쓰인다. 아래 글은 코로나(원인)가 가져올 변화(결과)에 대해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소장의 통찰력 담긴 인터뷰 내용이다.
-공연이나 강연 등 콘텐츠 시장의 변화도 크겠지요?
“강연 시장도 몸살을 앓고 있어요. 기업 스트리밍 강연은 꼭 필요한 콘텐츠만 선별해요. 교양은 직원들이 각자 쌓으라는 거죠. 전체 시장은 죽었지만 기준은 더 엄격해졌어요. 대학과 교회는 온라인 강연으로 더 ‘수평화'가 진행됐죠. 오프라인에선 높은 단상에서 이야기하면 10년 전 노트로 강의해도 대충 참아줬지만, 이젠 아닙니다. 등록금 돌려달라고 해요. 온라인에선 숨을 틈이 없어요. 실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요. 쉴새 없이 메시지를 줘야 하니 밀도 높은 콘텐츠만 살아남죠. 결국 실력 있는 자가 이겨요."
(출처: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더 평등하고 더 깊어진 ‘언컨택트 사회'… 진짜 실력자만 살아남는다" 2020.5.16.)
3. 소재별 구성 (Topical pattern)
-애자일(Agile)
1.애자일의 정의
2.애자일의 사례
3.애자일의 효과
4. ...
5. ...
개별적 소재(material:바탕이 되는 재료)들로 구성하는 기법인데, 가령 당신이 애자일(Agile)을 주제로 강연한다고 해보자. 제일 먼저 애자일을 설명할 개별 소재(정의, 사례, 효과 등)들을 작성한다. 그 후 그것들을 한데 취합하여 전체 내용을 완성하는 것이다. 아래를 보자.
예시1. 소재별 구성
애자일(Agile)
1. 애자일 정의
1) 애자일은‘날렵한’,‘민첩한’이란 뜻을 가진 형용사다.
2) 정해진 계획만 따르기보다, 개발 주기 혹은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뜻한다.
3) 애자일 개발 방식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소통을 중시한다.
(출처: 네이버캐스트)
2. 애자일 사례
1) 카카오는 시가총액 14조, 92개 계열사의 대표적 애자일 기업이다.
2)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은 수평적 문화를 한국기업 최초로 만든 사람이다.
3) 카카오 회사가치는 ‘신뢰,충돌,헌신’이다.
예시2. 소재들을 취합한 강연 내용
“언택트 시대에는 기민한 조직문화인 애자일이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할 때는 부산이란 방향만 있지 오늘 대전에서 잘지, 대구에서 잘지는 가면서 정한다고 해요. 불확실성의 시대에 연도별 계획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너무 변동성이 심하니까요. 이번 분기를 살아남느냐가 경영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합니다. 애자일의 성공 사례가 바로 카카오입니다."
"카카오는 시가총액 14조, 92개 계열사의 대표적 애자일 기업이죠.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은 수평적 문화를 한국기업 최초로 만든 사람인데요. 카카오 회사가치가‘신뢰,충돌,헌신’인데 이것은“동등한 입장에서 신뢰하고, 무조건 이야기(충돌) 하라! 그리고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면 희생(헌신)하라!”는 뜻입니다. 지금 우리는 카카오의 애자일 경영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4. 대안제시 구성 (Stock issues pattern)
[1단계. 문제] : 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가?
[2단계. 심각성]: 이 문제가 대안이 필요할만큼 심각한가?
[3단계. 본질성]: 이 문제가 본질적인 문제(현 제도나 정책, 제품)인가?
[4단계. 해결력]: 새 대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5단계. 실현 가능성]: 새 대안은 실행 가능한가?
[6단계. 부작용]: 새 대안이 갖는 본질적 문제나 부작용은 없는가?
이것은 강연 뿐 아니라 조직 내 업무 보고할 때도 쓸 수 있는데 이상의 6단계들을 내가 아는 A강사의 사례와 나의 상상력을 엮어보면 대략 이렇다.
(source: A강사 강연 사례 참조
A강사 : G사 마케터로 “지루한 기내 안전방송도 얼마든지 혁신 가능하다”란 기발한 강연 메시지를 전한다.)
[1단계. 문제] 의사결정권자: 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데?
대안제시자: 현재 기내 안전방송을 끝까지 보는 승객 수가 너무 적습니다.
[2단계. 심각성] 의사결정권자: 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해?
대안제시자: 사고 난다면 틀림없이 안전을 위협하게 될 거에요.
[3단계. 본질성] 의사결정권자 : 근데 이게 본질적인 문제냐?
대안제시자: 안전 최우선이 항공 비즈니스의 본질이잖아요.
[4단계. 해결력] 의사결정권자: 그래서 대안이 뭔데? 문제 해결할 수 있어?
대안제시자: 한없이 지루한 기내 안전방송을 재밌게 만들죠! 그러면 승객들이 끝까지 볼 테고
기내안전에 도움이 될 겁니다.
[5단계. 실현 가능성] 의사결정권자: 근데 이거, 실행 가능한거야?
대안제시자 : 그럼요. 우리 B대행사가 이런 걸 정말 잘합니다!
[6단계. 부작용] 의사결정권자 : 근데 부작용은 없을까..? 시간당 50만원을 지불하는 일등석은 어쩔거야?
대안제시자 : 안 그래도 일등석 서비스 경쟁 치열하잖아요. 우리는 아예 승무원이 라이브로 기내 안전 방송을 해보죠. 고객의견서로 칭찬받으면 고과도 반영되니 승무원도 좋고, 서비스 차별화로 아마 SNS에서도 엄청 화제가 될껄요? 홍보는 기본이구요!
이상의 가상 대화내용은 내가 지어낸 것이지만 실제 버진 아메리카 항공이 하는 서비스이다. 기내 안전방송을 랩 음악과 현란한 댄스로 만들어서 끝까지 보게 되는데 비즈니스석(일등석이 아니다)은 남자 승무원이 안전방송을 춤과 노래로 한다. (유튜브에서 한번 찾아보시라. 한편, 대한항공도 SM가수들과 안전방송 만들었는데 이게 또 논란의 여지가 있네. 쩝.)
사족: 일등석을 주로 타는 나의 부자 멘토님이“일등석에서는 잔을 내려놓는 것도 그냥 내려놓는 게 아니라 잔을 내려놓고 나서 1초 정도 후에 손을 떼어야 한다.”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커피잔을 내려놓자 마자 손을 떼는 것과 1초 정도 후에 손을 떼는 것의 차이’를 내가 위에 언급한 A강사에게 말했더니“방금 그 말 강연 때 사용해도 되나요?”라고 바로 알아채고 묻더라. 난 그 의미를 멘토님께 직접 물어보고 알았는데.. (정답은 세심함이다.)
결론 : 이처럼 대안을 제시하는 강연을 준비할 땐 위 6단계를 따라 조직하면 된다.
이상의 내용은 <스피치커뮤니케이션>의 본론 구성 기법들을 내가 재구성한 것이다. 이밖에 공간적 구성, 문제해결식 구성, 단계적 동기화 구성 등이 있으나 인용할만한 사례들을 찾지 못했다. 그것은 독자 스스로 공부하실 것이라 믿는다.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 본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