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주제의 요점을 재강조, 요약정리
강연의 결론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강연 주제의 요점을 재강조하거나 요약정리하면 그만이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결론에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등장시키지는 말라는 것이다. 가끔 교장 선생님 훈화처럼 떠오르는 대로 자자구구 늘어놓는 강사들이 있는데 강사와 청중의 관계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걸 잊지 말자. 결론의 역할은 이제껏 한 말들을 요약정리하고 인상적으로 마무리하면 되는 것이다. 장시간 강연을 들으면 청중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내용으로 뒤죽박죽되는데 그때 명쾌하게 요약 정리해주는 것이 결론의 역할인 것이다.
결론부 Summary 예시 (출처 : S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1. 이번 코로나 위기는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전략적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정치는 좌편향이 지속되고, 경제는 언택소비가 주류로 떠오르고, 사회문화적으로는 종말의 시대에 창의적으로 적응하는 기업과 개인이 지속성장할 것입니다.
2. 뉴노멀 2.0 시대를 맞아, 개인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시간 조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은 생존을 위해 분기별 애자일 경영에 몰두해야 합니다.
3. 개인은 작은 것에 만족하는 헬싱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기업은 ABC경영을 통해 코로나 위기에 생존하고 코로나 이후에 발생하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결론은 감동적 마무리가 아무래도 좋은데 이걸 잘하는 사람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설득의 3요소를 빌려 ‘파토스(감성) 리더십’이라고도 하는데 감성 스피치를 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겨운 말이지만- 청중분석이다. 손정희 회장처럼 말하자면 ‘첫째도 청중, 둘째도 청중, 셋째도 청중’이다. 전작에도 짧게 언급했지만 오바마 집권 2기 최고 연설로 꼽힌 찰스턴 교회 연설을 살펴보자.
*찰스턴 흑인교회 사건이란 무엇인가?
“2015년 6월 17일, 미국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9명이 살해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추도 연설 중〈어메이징 그레이스(영국 성공회 존 뉴턴 신부가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찬송가)〉를 선창하였는데, 6천여 명의 추모객이 합창하여 전 세계를 감동케 했다. 화해와 용서의 의미가 담긴 이 연설은 오바마 집권 2기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진정성 있는 행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출처, <강연의 시대> 오상익)
자, 연설의 상황을 살펴보자.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기난사로 흑인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잠재워야 한다. 연설 장소는? 교회다. 이 연설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바마는 거의 목회자의 마음으로 교회 신도들을 축도하는데 대통령이 아니라 목사의 모습에 가깝다. (심지어 같은 흑인이다!) 연설 도중 짧은 침묵(pause) 후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선창하였고 현장의 수천 명이 합창했는데 이 연설의 압권은 희생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하며“Amazing Grace!”를 외칠 때이다. 그들의 죽음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천국 영광(놀라운 은총)을 찾아 떠났다는 종교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끝에 “United States of America!”를 외치며 퇴장하는 대통령의 뒷모습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청중을 철저히 분석하였던 오바마 집권 2기 최고의 연설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다. 이날 오바마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 전 40여분 넘게 추도연설을 했는데 그건 아무도 기억 못한다는 것이다. 찬송가를 불렀던 마지막 3분만 기억할 뿐이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 인상적 마무리는 모든 내용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이게 파토스(감성)의 힘이다. (스타강사들이 힐링파트로 마무리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편, 눈물을 자아내는 감성팔이(?) 강연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사람이 이성과 논리로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컴퓨터처럼 분석적이고, 철저하게 논리적인 사람들도, 취향과 생각이 통하니까 그냥 무장해제 되는 걸 내가 여러 번 보았다. 강연도 마찬가지다. 청중과 일절 상호교감(청중분석) 없이 준비한 내용만 휙 전하고 내려오는 전문가들 종종 보는데 분야의 프로일지 몰라도 강연의 프로는 아니다. (본인은 잘 했다고 스스로 여기겠지만 청중 평가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다.)
끝으로 결론의 기법 2개만 덧붙이자.
첫째, 인용으로 마무리하라.
속담이나 격언, 유머 등을 활용하는 것인데 <스피치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출처-인용-의미”형식을 따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청년들 대상으로 강연할 때는 체 게바라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Seamos realistas y hagamos lo imposible : 모두들 리얼리스트가 되자, 하지만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안고 살자.”
출처 : 체 게바라 (Che Guevara,1928~1967, 아르헨티나)
인용 : “Seamos realistas y hagamos lo imposible”
의미 : 중요한 것은 꿈을 구체화시키기 이전에 그 어떤 꿈이 나중에 생기더라도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즉 현실에 충실하라. 그러나 가슴 한켠에 불가능한 꿈을 잃지는 말자. 하루하루 충실하다보면 상상 속 멋진 꿈과 만날 것이다.
나의 학부 전공이 스페인어이기도 하고, 중남미 국가 체류 경험도 있으니 체 게바라의 말을 인용하였다. 불투명한 미래를 대하는 청년의 마음가짐에 대한 당부를 마무리로 삼았다.
둘째, 미래지향적으로 마무리하라.
강연 메시지를 미래 상황과 연결 짓는 것인데, G사의 마케터는 리더십 강연을 하면서“행동하는 멘토(고릴라)”의 사례를 든다. 영국 BBC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에서 위험한 차도를 고릴라 부족이 안전하게 건너도록 리더 고릴라가 몸소 도로를 막아서는 장면을 보여주면서‘행동’이 갖는‘미래상황(리더십)’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마무리로“저 역시 비완성형 인간입니다. 저도 여러분처럼 성장에 대한 욕망이 큰 데요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나면 서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체크하고, 독려하는 좋은 인연을 가져가길 바랍니다.”라는 식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마무리한다.
이처럼 미래지향기법은 ‘이렇게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자신의 결심을 밝히고, 청중도 따라주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미래상황과 관련지어 담는 기법이라 이해하면 된다.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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