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수 강사가 되는 법

무대 많이 선 강사 못 당한다

by 오상익

대배우 알 파치노는 “최고의 무대 연기자가 되는 비결”에 대해 `그 누구보다 많은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업 초기, 프로 강사들의 강연을 들으며 ‘저 강사는 어쩌면 저렇게 강연과 즉흥 답변을 잘할까?’하고 감탄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비결은 간단하다. 청중은 그의 강연을 처음 듣지만, 강사는 같은 강연을 매번 다른 청중을 대상으로 수백, 수천 번 연습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청중 대응논리를 갖춘 것이다.


비슷한 예는 종교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수많은 사연을 안고 사는 성도, 중생들을 상담한다. 그러다보면 딱 들어도 모범 답안이 머릿속에 술술 그려지기 마련이다. 비슷한 예는 <강연의 시대>에서 박진영의 수필집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사람들은 나보고 말을 잘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 -박진영 수필집 <미안해> 중


나는 기독교이지만 법륜스님의 유튜브 채널을 즐겨본다. 여러 삶의 문제들에 현답을 내놓는 법륜스님은 ‘즉문즉설’을 통해 느낀 바를 이렇게 소회했다.


“한 번도 안 받아본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 질문이 대부분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질문이 된다. 내가 가진 기술과 정보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알게 된다. 그것을 알게 되니 어디로 가게 되는지 잘 보이게 된다. 그래서 지혜로워진다.”


즉 핵심은, 경험 많은 강사 못 당한다는 것이다. 라포(rapport:서로간의 상호신뢰 관계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를 통한 분위기 형성, 그에 따른 예상 반응, 무반응일 경우 단골로 삼는 농담, 난처한 질문의 대처법, 지루할 때의 반전 포인트 등등 반복 숙달로 고수가 된 강사들은 심지어 딴 생각하면서 기계적으로 말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른바‘무의식-숙련 단계’)


참고.

습관, 스킬을 기르는 4단계 / 출처. 미국의 컨설턴트 JAMES C. HUNTER, <서번트 리더십>

1. 무의식-비숙련: 강연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
2. 의식-비숙련: (교육의 영역) 강연 스킬에 대해 의식은 하지만, 제대로 훈련 되지 않은 상태.
3. 의식-숙련: (본인의 영역) 강연 스킬을 경험적으로 터득하는 단계. 지겨울 정도의 몰입을 통한 반복훈련만이 답.
4. 무의식-숙련: 강연 스킬을 더 이상 의식하지 않고, 몸에 밴 습관처럼 자연스레 강연하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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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의 공부다.


미국교육연구소(NLT)가 조사한 <평균기억률>의 핵심내용은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90%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3년 여 대학 강의를 하면서 크게 절감하였던 것인데 인지심리학자이자 스타강사인 김경일 교수도 이렇게 말한다.


“진짜 아느냐 모르냐를 가르는 건 '설명할 수 있느냐'이다. 설명을 하다 막힐 때 가 있다. 막힌다는 것은 뭔가 모르는 게 있다는 뜻이다. 그제야 뭔가를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상위 학생들의 비밀이 이거다. 자기가 배운 걸 설명하며 하루에도 몇 번 씩 크고 작은 막힘을 경험한다. 그 결과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고 집에 돌아가게 된다. 인간은 입력할 때보다 출력할 때 훨씬 더 많이 배운다....그래서 평소 설명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조선일보 ,‘김경일의 심리학 이야기‘ 중 발췌-


잘 가르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수를 넘어 초고수가 되기 위해선 잘 가르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머릿속에 잘 넣어주는 것으로만 따진다면 일타강사들이 원탑 아닐까. 학생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와 달리, 전문 강사들은 주로 성인학습자를 상대하므로 일방적 지식 주입은 금물이다. 삼성 계열 인재개발그룹장이 인터뷰에서 “강사들이 대중들을 ‘지도하고 교육한다’라는 마인드를 갖기보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청중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중점을 맞추면 좋겠다. ”고 말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 <강연의 시대>, 미니인터뷰 4 참고.)


왜냐햐면 성인 학습자들은 그간 살아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강사의 몇 마디에 잘 안 바뀐다. 때문에 그들 스스로 생각의 변화를 꾀하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 최고인데 이때 주변 동료들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게 하고, -직장인은 동료들의 반응에 민감하니까- 내부로부터의 동기부여 효과를 노리는 것이 좋다. (다 큰 성인들을 정신개조로 변화시키려는 강사들은 머지않아 한계를 느낄 것이다. 인생은 책이나 강연이 아닌 삶으로 얻어지는 것이므로.)


다 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대 많이 선 강사 못 당한다. 또한 폭넓은 대중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다보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눈이 더욱 더 깊어진다. 법륜스님처럼 다양한 사연의 휴먼 스토리를 듣다보면 인간에 대한 통찰이 더욱 깊어지고, 이것은 곧 인문학 소양으로 이어진다. (여담. 500억 자산가인 나의 멘토님은 다양한 독자들의 상담 메일에 무료로 답하여준다. [가르치는 것에 돈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 내가 근 10년 넘게 그 분과 메일로만 교류하다가 작년에 직접 2번 만났다. 그 10년 동안 ‘개인사, 재정상태, 결혼문제, 주택문제, 책 출간, 사업, 인생의 딜레마’ 등등 수없이 많은 고민을 상담했는데 그 분은 나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독자 혹은 인간 군상들의 사연을 받는다. 외국계 컨설팅사 부회장이 ‘인생 절정의 고수’라 평할 정도로 안 그래도 통찰력이 another level인데 다른 사람들의 삶의 정수(역사)까지 목도한다는 것은 날개를 단 격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중에 영화 시나리오도 쓰실 수 있겠어요.” 그러자 내 기억으로 환하게 웃으신 기억이 난다. )


한편, 강연 실력을 퀀텀 점프하고 싶다면 risky하지만 고난이도 강연에 임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판교의 기술 집약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면 제아무리 날고 기는 교수들도 살짝 긴장한다. 또 다른 강사는 재벌 총수 앞에서 강연한 적도 있는데 처음에 엄청 떨었지만 워낙 여러 번 한 강연이니 곧 페이스를 되찾았다고 하였다. 강연 후 회장이 악수 청하며 했던 말. “잘 들었다~서울에서 보자.(완전 반말ㅎㅎ 젊은 강사였음.)”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진가를 발휘하여 임계점을 훌쩍 넘는다. 또 다른 프로들은 강연료가 목적이 아니라 비즈니스용으로 강연 기관을 직접 택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 강연을 직접 들은 청중과의 미팅은 일반 사무 미팅과 질적으로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 본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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