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혼자 다 하는 강사
얼마 전 Mnet에서 방영된 BTS SPECIAL ‘Dynamite’ 비하인드 영상을 보았다. 거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지금의 BTS를 만든 조력자들의 남다른 열정과 헌신이었다. 4살인 첫째 아이도 흥얼거리게 만든 ‘Dynamite’를 작곡한 외국 프로듀서부터 뮤직 비디오를 만든 퍼포먼스 디렉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A&R(Artists and repertoire) 팀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빌보드 1위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래 동안 정성을 쏟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 그래서 내가 강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무엇일까? 모든 걸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 FED(연방준비제도)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코넬대 로버트 프랭크 교수의 공저 <Principles of Economics>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네팔 출신의 요리사는 ‘지붕 고치기’, ‘염소 잡기’, ‘신발 수선’, ‘시계 수리’, ‘민간요법’ 등등 모든 것을 혼자 할 줄 안다. 미국인이라면 누군가를 고용해 시킬 일을 그들은 웬만큼 혼자 다 처리한다. 혹자는 그들이 누군가를 고용할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가난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혼자 하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동아일보에도 언급되었던 이 이야기의 핵심 요지는, ‘나는 더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다른 쪽에 특화된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강연 시장에 10년 가까이 종사하며 느낀 점은 ‘강의력은 뛰어난데 영업력은 형편없는 강사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차라리 거래, 계약, 영업은 우리 같은 에이전시에게 대행을 의뢰하고, 본인은 강연에만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언제나 효율을 중시하라는 말이다.
이것은 크리에이터들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보지만 노력의 결과가 신통찮기에 결국 지쳐서 포기하고 만다. 반면에 프로급 1인 크리에이터들은 본인이 콘텐츠를 주도하는 한편 여러 조력자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자몽,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DIA TV 등의 MCN과 제휴하며 더욱 더 선택과 집중을 추구한다.
자, 그럼 강사들은 어떤 부분에서 협업이 가능할까? 첫째, 강연 자료이다. 요즘 청중들은 슬라이드만으로도 강사의 수준을 짐작한다. 디자인 감각이 부족한 나는 절대로 PPT 디자인에 열을 올리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에 전문가를 찾는다. 나의 발표자료는 <프레젠테이션의 신> 저자이자 수백억대 경쟁 PT 전문가 전철웅 마스터가 손을 보았다. 준비된 슬라이드는 청중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을 강사들이 갖는다면 강연 자료도 전문가의 손을 빌릴 필요가 있다. (여담. 좋은 슬라이드의 조건은, 강연을 듣지 않은 채 슬라이드만 보더라도 강연의 흐름이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콘텐츠 기획이다. 스타강사들이 혼자 콘텐츠를 다 만드는 줄 아는가? 웹툰 작가들처럼 콘텐츠 직원만 몇 명 두고, 완성도 높은 강연안을 함께 만드는 강사들도 많다.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는 여러 저자가 공동집필한 책이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모니터링 참여로 책이 완성된다. 외부 강연 때는 저자들끼리 하나의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이며 A저자의 일정이 어려울 경우, “동일한 내용으로 강연하시는 B저자 소개해드릴게요.”라는 식으로 추천한다. 이처럼 당신도 정보공유조직을 만들어 콘텐츠를 함께 기획하는 것도 하나의 묘책이 될 수 있다.
셋째, 영상 제작이다. 유튜브나 B2C사이트에 강연 콘텐츠를 팔고 싶은데 영상 제작능력이 없다면? ‘숨고’나 ‘크몽’ 등의 재능마켓에서 편집자를 구하면 된다. 자막 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는 프리랜서도 있다. 구독자는 별 볼일 없지만 유튜브 ‘오상익의 어서옵쇼’는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전문 영상팀이 붙어서 만들고, 나는 콘텐츠에만 집중한다. 회사 대표인 내가 온종일 사무실에 틀어박혀 영상 몇 개 만드느라 씨름하는 것은 사업초기에는 바람직하지만 9년차인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차라리 능력 있는 영상 직원을 채용하고, 사업전략과 영업에 신경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재주 많은 사람이 밥 굶는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을 혼자 다 해내고 있다는 말은 이 시대에 결코 자랑이 아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강사로서 높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 책임과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라는 핑계를 대기엔, 사방으로 강연 다니느라 바쁜 강사들이 내 눈에는 너무도 많이 보인다. 당신이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려면 BTS처럼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나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