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강사시장의 개척과 생존
“코로나 이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요?” 많은 강사들이 내게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대면 시장을 대비하지 않는 강사는 조만간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 비대면 강연 시장에 누가 빨리 깃발을 꽂을 것이냐 하는 싸움이다. 스타강사 김미경 씨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앞으로 온라인 강연만 하겠다”라고 선언하였다. 물론 소프트랜딩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이미 20~30명의 직원들과 유튜브, MK대학 콘텐츠 만들기에도 바쁘다. (여러 강연 업체나 강사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교양대학’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언급하겠다.)
자, 그렇다면 강사들은 비대면 시대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육 담당자의 고충부터 알아야 한다. 나와 수년간 거래한 중견기업의 교육팀장은 내게 이렇게 토로했다. “Zoom이나 MS의 Tims로 라이브 스트리밍 강연을 몇 번 해보았는데 교육생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그나마 젊은 직원들은 견디는데 직급이 높은 분들은 집중이 너무 어려워요..” 당신이 한번이라도 비대면 강연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가만히 앉아 듣기가 얼마나 좀이 쑤시는지. 간혹 기술적 문제도 있고, 딴짓 하고 싶은 마음은 얼마나 간절한가.
그의 고충에 대한 나의 답변은 “강연 포맷을 다양화 시켜보라”는 것이었다. 대기업 C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 회사는 90분 강연을 어떻게 채웠을까? 1) 먼저 강사의 강연 자료를 미리 받아 교육생들에게 공유했다. 2) 자료를 보고 떠오른 교육생들의 질문을 사전에 접수받았다. 3) 강연 당일, 강사는 현장에서 30분만 강연했다. (잘 알다시피 이제는 장시간 강연을 선호하지 않는다.) 나머지 30분은 -강사의 강연 자료를 보고- 사전 접수받은 질문에 대한 Q&A를 진행했다. 마지막 30분은 Zoom을 통해 실시간 Q&A를 추가로 받았다. 이른바 ‘플립러닝(거꾸로 학습)’ 개념을 도입한 것인데 포맷이 다양해진 만큼 덜 지루했고, 사전 학습 후 강연을 듣다보니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심지어 그 강연은 녹화 후 전 계열사에 배포했는데 교육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저비용으로 그룹 차원의 교육을 실시한 셈이다. 자, 당신이 강사라면 강연의 포맷을 다각화시키며 기업에게 제시해보면 어떨까? 이때 핵심은 “제 강연은 비대면이라도 절대 지루하지 않습니다.”라고 강력히 어필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강사라면 다작(多作)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 플랫폼 기업들의 강연 크리에이터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내가 아는 의사 겸 강사는, 자체 회원들을 보유한 통신사의 ‘프리미엄 강연 서비스’에 10분 이내의 숏폼 강연 콘텐츠 수십 개를 납품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 받았다. 또 다른 강사는 B2C 교육회사 ‘클래스 101’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여 납품했는데 월500은 꾸준히 들어온다고 내게 귀뜸해주기도 하였다. 나또한 삼성 자회사 멀티캠퍼스에 16회 차 강연을 지난 달 납품하였고, 이달부터 판매된다. (이러한 제안은 주로 유튜브를 보고 연락온다는 것도 알아두라. ) 이제는 한가지 콘텐츠만 우려먹는(?)강사는 멸종할 수 밖에 없다. 즉,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목숨을 걸어야 생존이 가능한 상황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 같은 강연 에이전시들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짧게 말해 '방송국 시스템'을 갖춰야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강연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강연 촬영, 편집, 라이브 송출, 시나리오 콘티 작성 등등 방송국 PD와 작가들의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1호 스피치 박사이자 KBS 아나운서인 김은성 저자의 신간 <사장을 위한 언택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을 살펴보자.
“조직에서 직원들에게 송출하는 영상물도 이제는 완성도 높은 형태를 갖춰야 한다. 짜임새 있는 구성, 생생한 이야기, 감각적인 편집, 무대 운영 등이 모두 필요하다. 기업의 리더들이 마이크 앞에서 머릿속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열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같은 공간에서 마주보며 호흡할 수 없는 때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든 리더들은 한 편의 멋들어진 공연을 연출하는 공연기획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89쪽)
국내 3대 그룹 중 한 곳은 이미 방송처럼 강연을 만들고 있다. 가령, 임원들은 닉네임을 사용하게 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MZ세대의 취향에 맞는 효과 등을 자막과 함께 삽입한다. 강연의 포맷도 다양화시켰다. 1) 강사를 미리 스튜디오로 불러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2) 강연 당일, 강사를 다시 강연장에 부른다. 이때 강사의 복장은 사전 녹화 때와 동일하도록 하여 현장감을 유지시킨다. 3) 강연 영상을 비대면 청중과 함께 시청한 후, 실시간으로 Q&A를 받는다. 물론 강사는 2번이나 움직여야 하지만, 그만큼 값을 쳐주니 불만은 없다. 또한 대기업이라 자체 플랫폼이 있어 Zoom 등을 사용하지 않는데 그 시스템에 익숙한 에이전시나 대행사는 그 회사 일을 독점할 수도 있게 된다.
우리(오간지)도 90% 이상의 강연을 비대면으로 전환시켰다. 매 강연마다 카메라 촬영 및 라이브 송출을 담당한다. 지난 달에는 삼성전자 임원 교육을 현장 촬영하였고, 편집 후 인트라넷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여러 기관에서 강사 섭외 후 촬영,편집까지 원스톱으로 하여 완성본만 납품해달라는 계약이 늘고 있다. 강사들도 이러한 변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신의 콘텐츠 노출이 꺼려진다면 아래 3가지 중 하나의 옵션을 제시하라. 적절히 강연료에 차등을 두어도 좋다.
A안) 강연 생중계 진행 + 녹화본 배포
B안) 강연 생중계 진행 + 현장 스케치 수준(1분) 배포
C안) 강연 생중계만 진행 (사후 콘텐츠 사용 불가)
끝으로 비대면이라고 해서 강연료를 스스로 낮출 필요는 없다. 물론 자택이나 사무실에서 진행하면 교통비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비대면 강연이란 게 청중과 상호작용이 어려워 여간 진이 빠지는 일이 아니다. 강연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늘기도 많이 늘었다. 베스트셀러 <언컨텍트>의 저자 김용섭 소장이 내게 들려준 조언이, 당신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본다.
“비대면이나 대면이나 중요성은 같고
향후 비중도 비슷해질테고.
에이전시나 고객사는
비대면은 싸고 대면은 비싸다는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