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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y 27. 2024

특별함은 특별함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사라진다


여기 문이 하나 있습니다. 




오랫동안 마을사람들 외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었던 곳으로 들어가는 문이죠. 그곳은 훗날 우리나라의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만 알았던 곳,

하지만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몰랐던 곳.



비밀로 했다기보다는 굳이 알리지 않았을 뿐이었죠. 모르고, 알릴 몰라서 오랫동안 마을사람들만이 아는 곳으로 있었던 것입니다. 



이곳의 이름은 바로, 


신비로움을 간직한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여삼존불상입니다. 



이곳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의 이야기가 심리상담을 해드리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와 비슷해서였습니다.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바로 이 점에서죠.



특별하고 소중한데 그런 걸 볼 줄 모르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



이 불상에는 그런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변화를 바라고 찾고 노력하고 있나요? 특별함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나오고 나서 변화를 꿈꾸고 펼치고 정성을 들이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의 변화를 계속 흔들고 훼방하는 막는 곳에서는 어떻게 하면 변할 수 있지가 효과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당신을 흔들고 훼방하고 막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 소모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상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다큐,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중에서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상은 유물을 조사하기 위해 서산 이곳저곳을 다녔던 박물관 관장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혹시 산에서 부처님이나 탑 같은 것을 본 적은 없습니까?”


유물을 조사하기 위해 다녔던 박물관 관장은 서산에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 이렇게 물었고,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부처님이나 탑 같은 것은 못 봤지만 산속에 가면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한 분 계시지요. 산신령님 양 옆에는 큰 마누라 하고 작은마누라가 있고요. 그런데 작은마누라가 다리를 꼬고 앉아 손가락을 볼에 대고 ‘용용 죽겠지.’ 하고 약을 올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큰 마누라가 화가 나서 돌을 던지려고 하고 있지요.”


마을 사람이 말한 곳을 찾아갔더니, 그곳에 마애여래삼존불상이 있었던 것이죠.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상은 훗날 우리나라 국보뿐만이 아닌,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하게 정도로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었는데 산신령님 한 분과 두 마누라로 표현되는 것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산신령님과 두 마누라


'부처님은 못 봤지만 산속에 가면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한 분 계시고, '

'작은마누라는 다리를 꼬고 앉아 '용용 죽겠지'하고 약을 올리고 있고, 큰 마누라는 화가 나서 돌을 던지려고 하고 있고'


출처: 서상시청


이 마을 사람이 본 가운데에서 환하게 웃는 산신령은 바로 '부처님'이셨던 것입니다. 그런 것을 본 적이 없고 생각할 수가 없으니 그에게는 산신령님으로 보인 것이죠. 


그리고 이 마을 사람이 말한 다리 꼬고 앉아 '용용 죽겠지'하고 약을 올리고 있는 작은마누라는 '미륵반가사유상'입니다. 미륵은 석가 다음으로 부처가 된다고 약속받은 보살로, 미래의 부처님입니다. 


이 마을 사람이 마지막으로 말한 화가 나서 돌을 던지려고 하는 큰 마누라는 '제화갈라보살'로 석가에게 깨달음에 이르러 부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신 분입니다.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상이 왜 특별한지, 왜 국보가 되고, 왜 세계문화유산 얘기까지 나오는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마치 당신이 특별한데 왜 특별한지에 대해 읽을 수 없어서 산신령과 두 마누라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삼국시대 삼존불은 가운데 석가여래상을 두고 양옆에 보살상을 배치하는 것이 보편적인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상은 당시의 삼존불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당시, 백제인들은 친근한 모습의 부처를 만들고 싶어 했고,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불교문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한 종교로 불교를 자리 잡게 하고 싶어 했다고 해요. 


누구나 필요할 때 쉽게 다가가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종교, 사실적이면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삶과 가까이 존재하는 종교, 자연과 어울려 자리 잡아 잠시 발길을 옮겨 들릴 수 있는 종교를 꿈꾸고 실제로 그렇게 만든 것이었죠. 


특히,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단단한 바위에 자유롭고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바람에 옷자락이 날리듯 주름 하나하나가 세밀하며 허리를 맨 끈의 매듭도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다큐,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중, 미륵반가사유상


그래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에는 당시 백제인들의 창의적인 모습과 낭만적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섬세하고 사려 깊은 면들까지 더 담겨 있죠.


예를 들면, 이 불상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시선까지 고려해서 불상의 각도는 10도 기울어지게 해서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다큐,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중에서


또한 불상이 위치한 방향은 계곡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등지고 있어서 풍화작용에도 안전하도록 했습니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다큐,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중에서


그리고 큰 바위 아래 만듦으로써 비를 많이 맞아 불상이 손상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죠. 불상 위로 불쑥 내민 큰 바위가 처마 역할을 해주어 빗방울이 곧장 떨어지지 않게 신경을 쓴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잘 유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교해 보실 수 있게 태안에 있는 마애삼존불입상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섬세하고 사려 깊게 신경 쓴 것들의 효과가 시간이 지나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태안 마애삼존불입상


또한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상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부처의 웃는 모습이 각기 다르게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점이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을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 이유라고도 합니다. (마애불은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말합니다.)


불상의 방향은 동동남 30도로 되어 있는데, 이는 일조량을 가장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위치라고 합니다. 자비롭게 웃는 부처의 얼굴이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그 미소가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만들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요소들이 만들 때, 고려하고 계산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 특별한 것이죠. 우리나라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다큐,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중, 제화갈라보살입상


이런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을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한 분과 양 옆에는 큰 마누라 하고 작은마누라가 있고, 작은마누라는 다리 꼬고 앉아 ‘용용 죽겠지.’ 하고 약을 올리고 있고, 큰 마누라는 화가 나서 돌을 던지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마을 사람은 악의는 없죠.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과 있다면 어떨까요? 


출처: <문화유산채널> 다큐,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중에서


운이 좋게 특별함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자신에게 맞는 대우를 받게 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처럼 당신도 당신의 특별함을 볼 수 있고, 때로는 당신에게 당신의 특별함을 알려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에서 들려드린 마을 사람에게 아무리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얘기해 준들 얼마나 알고, 얼마나 그 특별함을 느낄까요? 


관심 없고 감각 없는 사람에게 설득하고 증명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과 당신의 특별함을 소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너무 소모하다가 방전이 되고 손상이 된 상태로 제 심리카페에 오시는 분들을 자주 만나곤 한답니다. 당신은 그러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서산 마애삼존불상을 아침에 가서 봤었습니다. 그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갔었을 때 스님 한 분이 계셨었어요.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문화유산채널에서 만든 두 편의 다큐멘터리 주소 링크를 첨부해 드릴게요.

출처: <문화유산채널>
출처: <문화유산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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