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은 단순한 천 쪼가리가 아니다
양말은 신체의 정말 작은 부분, 그것도 잘 보이지도 않는 끄트머리를 간신히 감싸는 작은 천 쪼가리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 양말은 패션을 완성한다.
- 어디서 주워 들은 대로 ‘오늘은 양말이 포인트야’ 하고 무채색 상하의에 머스타드 양말을 신은 날은 마치 온 세상 사람들이 내 양말만 쳐다보는 것 같다.
- 예쁜 양말 신는 사람과 옷 잘 입는 사람은 동의어이다.
2. 양말은 발뿐 아니라 자아를 보호해준다.
- 누가 내 양말에 난 구멍을 본다면 그 작은 구멍으로 내 모든 명예와 자존감이 쏙 빠져나갈 것만 같다.
- 신고 있던 양말을 벗으면 갖혀 있던 농밀한 체취의 봉인이 눈 녹듯 해제되어 버린다.
3. 양말을 벗는다는 건 가장 안전한 곳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 외출 후 집에 들어와서 가장 마지막에 몸에서 제거하는, 가장 내밀한 옷가지이다.
- 내 집이나 부모님 집, 절친한 친구의 집이 아니면 결코 벗을 일이 없다.
이렇게나 중요한 양말을 구멍 좀 났다고 쓰레기통에 휙 휙 버리지 않고 몇 번이나 꿰메어 계-속 신도록 해 주는 아내에게 진심어린 사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