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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글씨 Jun 10. 2020

4년 8개월의 백수생활

취업은 '꿈'도 '열정'도 없는 삶이라는 착각의 시작 

2015년 2월 대학을 졸업했다. 빠른 년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22살이 시작될 무렵의 겨울 나는 백수가 되었다.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대책도 생각도 없었고, 막연히 휴학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리고 취업도 하기 싫다는 마음뿐이었다. 

 

 대입을 준비하고 대학을 다닐 무렵에는 '열정'과 '꿈' 그리고 '나만의 스토리텔링'이 유행하던 시기였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그 무렵의 나는 철석같이 그 말을 쫓아 살았다. '열정'이 없는 삶은 시시하게 느껴졌고, '꿈'이 아닌 일은 하면 안 된다고 믿었다. 타인이 만들어둔 꿈에 갇히지 말라는 그 말에 매료되어 대학 4년을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도전하고 경험하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 4년이란 시간은 흔히 말하는 '나'를 찾기에는 부족했던 시간이었는지 졸업을 앞둔 그 순간까지 무엇을 하면 즐겁고 기쁜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답을 알 수가 없었다. 많은 책들과 강연에서는 '꿈'을 쫓아 살면 성공한 삶이라고 인생이 행복할 것이라고 했고 나는 그런 이야기에 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아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그 느낌을 찾아 헤맬 수밖에. 


 어디 사랑을 찾는 것도 아니고 '꿈'이니 '열정'이니 하는 것보다 취업을 미루게 된 것에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나를 뽑아주는 회사가 없었다. 2014년 10월, 졸업할 때가 되었으니 취업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고 남들 다 한다는 취업스터디를 시작했다. 누가 보면 대학 4년을 뭐하고 살았는지 그 흔한 컴퓨터 자격증도(자격증은 지금도 여전히 없다.) 영어성적도 없었고 어디 회사를 가서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취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는 게 맞다. 스터디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동기가 있었고 구체적인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어도 취업을 하고 말겠다는 '열정'은 있었다. 22살 어리디 어렸고 오만했던 시절의 나에게 취업은 '꿈'도 '열정'도 아닌 현실이었고 그게 정말로 시시하게 느껴졌다. 물론 자격증도 요령도 마음도 실력도 없어 지원한 몇 개의 회사에서 서류 조차 합격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간의 취준생 생활을 마치고 취업에 대한 마음을 내려두었다. 그 내려둔 마음을 다시 찾아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만...




2019년 10월 마침내 직장인이 되었다. 무려 대학을 졸업하고 4년 하고도 8개월 후의 일이다. 대학을 다시 갔어도 졸업하고 남을 시간, 수순에 따라 바로 취업을 했다면 승진을 하고 경력으로 이직도 했을 시간. 그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사회인으로의 삶을 시작했다. 심장을 쿵하고 내려앉게 하는 일도 아니고, '꿈'도 '열정'도 아닌 현실 속에 있다. 직장인이 된 요즘의 나는 드디어 철이 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산다.


 4년 8개월 동안, 아니 나를 찾겠다고 온 몸을 내던졌던 대학생활을 포함하여 8년 8개월 동안 단편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나열하기만 한다면 일관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그 순간에는 정말 마음을 쫓아 살았다. 도전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믿었고(여전히 이런 마음은 남아있다.) 어떤 일을 할지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오직 하나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인가가 전부였던 그때. 누군가는 멋지다고 하지만 또 누군가는 꿈속에 산다고 했다. 도전하는 용기가 넘치는 멋진 삶도, 꿈속에 갇혀 사는 철부지 삶도 아니었다.


 원하는 일을 찾아 헤매던 순간도, 직장인이 되고자 취업을 준비하던 순간도 전부 현실 속에 있었다. 강연이나 책 속에서 '꿈을 좇아 살았더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하는 결과에 가려 보이지 않던 현실을 마주했던 4년 8개월의 백수 생활과 (엄연히 말하면 항상 백수였던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차차..) 직장인이 된 지금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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