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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단상

by 대한 Feb 15. 2025

        

현대는 이른바 ‘100세 시대’다. 그토록 바라던 인류의 꿈, ‘100세 장수’의 꿈을 거의 이룬 것 같다. 그런데도 실상은 다른가 보다. 평균수명과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 즉, 건강 나이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2021년 기준 건강 수명은 72.5세로 기대 수명 82.7세와는 10년이 더 차이가 난다. 그것은 결국 10년 이상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병이 있다고 전부 누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부처님이 80세에 돌아가시자 많은 제자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까닭이다. 부처님의 수제자로 법을 물려받았던 마하가섭은 120살까지 살았다. 또한 그 이후에 법을 이었던 아난(아난다)도 120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열반경에 부처님이 자신의 수명을 결정할 적에, 여러 번 선문답을 던졌지만, 부처님의 곁을 늘 지키던 아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암송하느라 그 뜻을 파악하지 못했다. 입멸에 들기 전, 부처님은 "아난다야. 네가 나에게 '입멸에 들지 말고 오래 살아주십시오.' 했으면 그러려고 했는데, 내 암시를 이해하지 못하니 나는 정해진 수명대로만 살겠다."하고 아난다에게 말했다고 전해진다.(나무위키에서 재인용)     

일본에서 노년 파산의 제일 큰 이유가 ‘건강 문제’라고 한다. 노년 경제의 다른 문제는 대비가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오랜 간병을 요하는, 치매나 반신불수와 같은 병은 이중 삼중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파산에 이르기가 쉬운 것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앓지 않고 급작스럽게 죽을 수 있는 병에 걸렸다면 오히려 '축복(?) 받을 일'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망은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큰 충격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족들에게 미치는 여러 신체적,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예전의 역사적인 사례(주로 조선시대)를 봐도 부모의 오랜 병구완이나 3년 상을 치른 후에 그 후유증으로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잘 아는 분이 치매 증상이 잦아지자,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을 때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타까움과 함께 복잡한 생각이 밀려왔다. 어떤 사람은 이른바 '죽을 복'이 있어 잠을 자면서 자는 듯이 곱게 세상과 이별하는 사람도 있고, 스님들처럼 미리 가족을 불러놓고 인사하고 편히 눈을 감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들은 그저 오는 인연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내 스스로 삶을 잘 정리할 수 있을까. 또 그것이 과연 바른길인가.     

최근에 주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소중한 분과의 이별 소식이 들려온다. 그중의 태반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오랫동안 계시다가 이별의 순간을 맞는다. 그런 것에 대해서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이제 심장병과 같이 금방 죽을 수 있는 '사소한 병'은 고치지 말고 잘 보호하며 감사하게 살면 된다고 자조적 이야기를 했다. 혹시 그런 병을 갖고 있다면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다. 까딱 잘못하면 '100세'를 훨씬 넘겨 살아야 하는 시대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했다. 100세 시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시대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떠한 주어진 상황에서도 주인이 되어 있는 곳이 모두 참됨을 만들라'라는 옛 선사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원 뜻은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지금 서 있는 그곳이 진리의 자리'라는 뜻이지만 바꾸어 표현했다)     

봄이 와 있는 길목이다. 세상이 멋지게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일어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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