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의 고향, 플러싱 by 유자까
‘뉴욕’ 하면 먼저 맨해튼이 떠오른다. ‘뉴욕 = 맨해튼’으로만 여기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다. 뉴욕을 비추는 영상에서 주로 맨해튼만을 보는 탓이다. 상징과도 같은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월스트리트, 911 메모리얼 파크, 할렘 등이 모두 맨해튼에 있다. 그래서 맨해튼을 뉴욕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맨해튼에는 많은 이민자를 상징하는 지역이 있다. 중국인이 모인 차이나타운, 이탈리아인이 많은 리틀 이탈리아, 일본 느낌 나는 리틀 도쿄, 한인이 많은 장소는 코리아타운이라 불린다. 아쉽게도 맨해튼에 있는 이민자 대표 지역 중 코리아타운이 가장 작다. 한 블록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리아타운이 맨해튼에 있다 보니, 한인들이 이곳에 밀집 거주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상상을 초월한다. 그저 상징적인 장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은 음식점이고, 화장품 가게와 베이커리 등이 있다. 이렇게 짧은 구간은 익숙해지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처음에는 ‘이게 다야’라는 심정이 든다.
그렇다면 실제 한인이 많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퀸즈 지역이다. 그것도 ‘플러싱’에 주로 모여 산다. 뉴욕에 처음 와서 지인과 영상 통화를 했을 때 이런 경험도 했다. 거리에 즐비한 한글 간판을 본 지인은 미국으로 갔다고 거짓말한 것 아니냐고 물은 것이다. 그런 농담이 통할 정도로 한국(?)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가 플러싱이다.
오늘은 한인들이 모여 살아가는 플러싱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려드리려고 한다.
미국 도로명은 여러 정보를 담는다. 실제 뉴욕은 사람들이 거리를 찾기 쉽도록 숫자로 분류한 경우가 많다. 그래도 사람들이 중심으로 여길 수 있는 도로는 정보를 담아 이름을 넣는다.
메인 스트리트는 이 도로를 기준으로 지역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메인 스트리트라면, 이 지역의 중심가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플러싱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맨해튼으로 가는 7호선 열차 시발점이 이곳에 있고,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인 Macy’s도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 한인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맨해튼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월세와 집값이 비싸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한인들은 부자가 아니었다. 이민이 비교적 쉬워진 시기였으니, 사람들도 꿈을 찾아 대거 들어왔다. 그러니 맨해튼에서 멀지만, 정착이 용이한 곳을 찾았다. 바로 플러싱이다.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1970년대 느낌을 많이 주는 장소다. 실제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거나 살았던 한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간판만 ‘중국어’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한다. 미국은 생각보다 변화가 더디다.
실제 지금은 중국인들이 이 거리를 차지했다. 한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중국인들은 해낸다. 이 점은 참으로 무섭다. 부동산을 보유하기 위해 단체로 건물을 사들인다. 10~100명이 공동으로 돈을 모아 산다고 한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는 그렇게 중국인들 손에 들어갔다.
한인들은 현재 밀려나서 메인 스트리트 옆 도로인 유니언 스트리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한인 밀집 지역 중심가인 ‘Northen Boulevard’(주로 ‘노던대로’라고 불린다)를 따라 밀려 나갔다. 이 지역도 중국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뉴욕 한인 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절대 과장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인터넷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까지만 해도 교회와 종이 신문은 한인 사회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민자가 서로 모여 정보를 나누는 장소였다. 여기서 제외되면 커뮤니티에 낄 수가 없었다.
많은 교회가 생겼다. 교회는 교인들이 밀집해 사는 지역에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뉴욕에 사는 한인은 13만 명인데, 교회는 500곳이 넘는다고 한다. 260명 당 교회가 1곳이 있다는 의미다. 단순 계산상으로 그렇다는 의미다. 익히 들어봤을 3000명 이상 모이는 대형 교회부터 10명 이하의 교회도 많다.
이민 초기에 세워져 지역에 정착하고, 큰 교회당을 소유한 교회는 밀집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있다. 여러 사정으로 이전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교회 버스 운행은 뉴욕 교계에서도 논란거리다. 전 지역을 돌면서 사람을 실어 나른다. 플러싱 전 지역을 교회 미니버스가 운행한다.
규모가 작은 교회는 밀집 지역을 따라 이동이 쉽다 보니, 노던대로 지역을 따라 많이 포진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대형 교회도 속속 이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교회는 한 장소를 빌려서 시간별로 나눠 사용한다. 예를 들어 세 교회가 한 예배당을 함께 사용한다. 작은 건물을 2층에 예배당을 함께 마련해 11시, 2시, 4시에 나눠서 사용한다.
미국 기독교는 여전히 강력하다. 신자가 가장 많은 종교인 탓이다. 기독교에는 한국에서 이단으로 분류되는 ‘여호와의증인’, ‘안식교’ 등도 들어간다. 최근 한국에서 실시된 인구 조사에서도 이단이 개신교로 분류되어 기독교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여튼 이러한 기독교 교회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시크교, 불교, 천주교 등이 밀집한 곳이 있다. 파슨스대로다. 노던대로와 파슨스대로가 만나는 지점부터 쭉 따라 들어가면, 이 모든 종교를 만날 수 있다. 규모가 작지도 않다. 다들 자체 규모가 큰 편이다.
교회와 타 종교 회당이 모두 마주하거나 등 뒤에 있다. 천주교 성당 앞에 구세군 한인 교회당이 있다. 여호와의증인 회당 뒤로 이슬람 사원이 있다. 이들이 모인 거리를 따라 올라간 첫 사거리에는 큰 절도 있다. 근처에는 대표적인 장애인 선교단체 뉴욕밀알선교단이 있다. 반대 방향에는 유대교 회당과 시크교 회당이 마주하고 있다. 평화로운 시기가 아니었다면, 종교 전쟁이 일어났을 지역이다.
한국은 아파트 문화가 대규모 단지 중심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단지 규모도 커지고, 고층으로 짓는다. 신도시에 가면 아파트로 이뤄진 스카이라인으로 그 너머를 보지 못할 정도다.
미국에서 아파트는 전혀 다른 문화다. 한 입구를 여러 집이 함께 쓰면 아파트로 분류하는가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플러싱 지역에는 3층을 넘기지 않는 아파트도 많다. 최근 부동산 투기가 활발해지면서 고층 아파트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다. 물론 한국과 같은 대규모 단지는 없다.
개인 주택으로 지어졌던 집들도 전부 세를 준다. 물론 전세 개념이 없으니, 1년 월세로 낸다. 집을 소유하고만 있어도 세금이 많이 나가는 탓이다. 내 집에서 살면, 정부에 월세를 낸다고 말할 정도다. 결국 경제력이 여유롭지 않은 이들은 집을 고쳐서 위층, 아래층 등으로 나누어서 세입자를 들인다. 참고로 적은 규모의 1룸 아파트 월세가 1600달러(약 170만 원), 개인 주택 월세는 1400달러 정도 한다.
주차장이 따로 없는 소규모 아파트와 주택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길거리는 늘 주차난에 시달린다.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는 따로 주차비용을 받는다. 한 달에 약 150달러(16만 원) 가량 비용을 내고, 영화에서 많이 보던 차고를 받는다. 그런데 자동차를 넣기보다는 개인 창고로 더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는 주차장이 없는 2층짜리 건물이었다. 마룻바닥은 삐걱일 정도로 낡은 아파트였다. 그곳에서 살았던 경험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