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의 질문들 01
나의 삶에는 몇 개의 트랙이 있었을까요?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보니, 저는 몇 개의 직업과 여러가지 다양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지금까지 내 삶에는 크게 세 개의 트랙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작가로서의 삶입니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이자, 사진 작품을 만드는 사진가입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다루며 세상을 기록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서른셋에 작가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둘째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입니다.
기업에서 15년, 그리고 지자체 중간지원조직에서 10년 넘게 일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생산 현장과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했고,
지자체에서는 문화도시, 도시재생, 농촌활성화 같은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기획했습니다.
셋째는 자영업자로서의 삶입니다.
돌아보니 자영업 역시 10년이 넘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했고, ‘상상문화발전소’라는 회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진책도서관을 열었고, 때론 만들었다 사라진 몇 개의 사업체도 경험했습니다.
이 세 개의 트랙은 내 삶을 구성한 주축이자,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저의 다양한 얼굴입니다.
저는 작가, 기획자, 센터장, 본부장, 대표 등으로 불려 왔고,
그 이름들이 명함 위에 차례로 새겨졌습니다.
어쩌면 겉으로 보기엔 꽤 부지런하게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꽤 게으른 편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몸이 움직이고, 마감이 닥쳐야 겨우 집중을 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입니다.
물론 때로는 치열하게, 거침없이 살아온 시절도 있었고,
반대로 작업실에 칩거한 채 수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나 자신을 알다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게으른 인간형’이라는 말이 더 잘 맞습니다.
일할 때는 짧은 시간 몰입하는 방식을 좋아하고,
오히려 조용한 공간보다 카페처럼 어수선한 곳을 더 선호합니다.
장시간 일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쉬면서, 놀면서 일하는 스타일입니다.
이처럼 제 삶은 일정한 틀에 갇히기보다,
세 개의 트랙을 넘나들며, 정체된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변화하는 존재로서의 나를 살아왔습니다.
이제 이 세 개의 트랙 위에서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기도하고,
앞으로의 삶의 시간에 대해 새로운 설계를 해볼까 합니다.
나에게 그어질 또 하나의 트랙은 과연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