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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OOOP Nov 01. 2024

두 사람

[500자 연재소설 1화]

[500자 연재소설 1화] 두 사람


우리는 어두운 불빛 아래서 하이볼 두 잔을 시켰다. 서로 말을 했으나 잘 들리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 머리가 긴 히피 같은 녀석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Cigarettes After Sex의 Sunsetz이 언뜻 들려왔다. 벽에는 일본여행사진이 몇 장이 붙어있었는데, 사월의 메구로 천변의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주인이 다가와 한 잔 더 하겠냐고 물었다. 히비키향이 나는 위스키를 한 잔 더 마셨다. 처음 만난 것치고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나 마크 로스코 그림처럼 무디게 느껴졌다. 새벽 두 시가 되어서 술집을 나왔다. 이제 막 가을의 바람이 불고 있는, 사람이 없는 거리를 걸었다. 그날 밤은 그녀가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던 밤이었다. 동생 집으로 돌아간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하고 싶었다고. 가로등 불빛 아래서 누가 먼저랄지도 모르는 키스를 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냥 하고 싶었다고 노란색 창의 글자가 일렁거리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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