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17 스코틀랜드 이야기

by 김태촌

지난 이야기


캐나다 동쪽으로 여행을 떠난 T.

여러 행운과 도움으로 인해

스코틀랜드에 도착한다.



에든버러


T에게는 난생처음인

유럽은 아직 어둑한 새벽의 안개로 가득하다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


투박한 느낌의 스코틀랜드 영어와

검은 외투를 걸치고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모든 것이 낯선 곳이지만

언젠가 읽었었던

안개 낀 영국을 배경으로

어떤 사건이 시작되는 장면 속 같다고 T는 생각했다


공항에서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에든버러 시내로 향한다


뽀얗게 시야를 뒤덮은 안개 사이로

왠지 그에게는 제주도가 먼저 연상되는

스코틀랜드의 아담하고 단단한 돌집들이 안개에 젖어 있다


시내에 다 와가자

멋진 신사들이 치마를 입고 당당하게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들을 2층 창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T.


버스는 에든버러의 다운타운에서 멈춘다


급작스런 일정에

한국계 라이언에게 다급히 소개받은

하지만 아직 연락도 못한

그의 할아버지 집으로 우선 향해본다


목적지 부근으로 향하는 안개 낀 거리 또한

조용하게 젖어 있다


멋지게 차려입은 거리의 사람들과

고풍스러운 상점들 사이사이로


마치 툼레이더 속 분위기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다리 밑 작은 공원 크기의 공동묘지와


에든버러의 중세와 르네상스의 요소를 섞은

스코틀랜드 특유의 스타일의 좁고 높은 석조 건축물과 교회들이

침침한 색깔로 안갯속을 뚫고 나와있다


21세기의 시간을 걷고 있는 T이지만

희뿌연 거리는 중세 시대 도시와 겹쳐진다



제이미와의 만남


점점 소음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거리에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이차선 도로에는 차들이 붐비고

고어텍스 재킷을 단단히 여미고 활동하기 편한 배낭을 멘 관광객들이

바쁘게 다니고 있는 어느 거리


번화한 상점들 사이로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스쳐 지나갈

파란색 나무로 만든 작은 문 앞에

T는 도착한다


‘철컥’


공동 현관 벨을 누르자

곧 나무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

나타난 복도는 차갑게 침묵하고 있다


멀리 복도 끝

작은 창에서 나오는 햇빛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계단 중간 비치 되어 있는 클래식 자전거를 비춘다


T가 현관문을 천천히 닫자마자,

순간 복도가 모든 소음을 허용하지 않는 듯,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소음을 삼켜버린다


거리의 분비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자

T는 공간이 분리된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조용히 복도를 따라 올라간다

2층 문을 두드린다


한 백발의 인지한 할아버지가 문을 연다


“T?”


“제이미?”



그냥 거쳐갈 곳이라 예상했던

에든버러에서

제이미와의 첫 만남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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