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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공팔 May 21. 2024

아이들에게 서열이 있다고?

우리 아들 따돌림 당한 썰 푼다

<초처방: 이서윤의 초등생활처방전 유튜브 자료>



초등학교 교사 이서윤 선생께서는 <교실 카스트>라는 책을 참고하고 교실에서 관찰한 것을 토대로 위의 사진과 같은 분류를 만들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위와 같은 양상을 띤다고 한다.

반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멀리서 보면 모두 즐겁게 노는 것 같지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어떤 아이는 즐겁기만 한 표정이고 다른 아이는 놀고 있지만 왠지 표정이 부자연스럽다고. 그래서 아이들을 불러 물어보면, 누구 하나는 불합리함을 감내하며 놀고 있더라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대체로 위와 같은 프레임 안에서 따돌림, 왕따, 은따, 괴롭힘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권력추구형 아이를 중심으로 모인 무리가 만만이형을 따돌리는 모양새가 일반적이며, 우리 아들의 경우도 전형적으로 여기에 속한다.


최고권력형 : 리더, 대체로 인기가 많다. 영향력이 있고, 의사 결정권자, 운동신경 좋고. 이아이를 중심으로 무리가 형성된다
대리권력형 : 최고권력형과 친하게 지내면서 힘을 나누어 쓰는 무리. 리더의 의견에 무조건적 동조, 눈치가 빠름, 동조자이자 방관자
권력라이벌형: 리더와 경쟁하는 관계. 방관자, 주로 권력형 내에서 최고권력형 vs 대리 권력형 끼리의 다툼이 발생
장난꾸러기형: 권력에 관심 없음. 일반적으로 초등생 수준의 수용 가능한 장난기 많은 아이, 방관자
자발적 아웃사이더형: 인간관계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는 아이, 방관자
만만이형: 여리고 소심함 유형. 공격적인 상황에서 대처를 잘 못하는 아이  



권력추구형 아이들은 무리를 만든다.

가령 두 아이 간에 다툼이 생기면 권력추구형 아이들이 만든 무리는 옳고 그름 상관없이 자기 무리의 친구를 무조건 편들며 다른 아이를 의도적으로 홀로둔다(이것도 따돌림의 일종이라고 한다).

피해자 아이들처럼 공통된 경향을 갖진 않지만 구지 찾아보자면, "우리는 하나!" "우리 우정 영원히!"를 지향하 "우리"를 강조하는 편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가 친구가 많다고 하여 안심할 일이 아니다. 가해자가 되서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친구가 많다고해서 사회성 잘 발달하고 있다고 판단할 순 없다.




우리 아들의 경우 최고권력형 A는 친구도 많고 인기도 많다. 수업시간엔 손도 잘 들고, 장난 때문에 혼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아이들 수준이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학업 성적도 좋은 편이다. 의젓한 형님이었다. 면밀히 보지 않으면 인기 많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다. 이 아이와는 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아들을 무시하는 그룹의 아이중 한 명이었다. 똘똘한 A는 어른들이 보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하이드가 된다. 만만한 아이를 함부로 대하고,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는다.   

대리권력형 B는 최고권력형 A에 기대어 눈치를 보다가 유리한 입장이다 싶으면 발톱을 드러낸다. 진솔하게 이야기하자면, 비열함. 리더에 기대어 함께 승전을 즐긴다. 그리고 아이들이 우리 아들을 싫어하고 은근히 따돌린다는 확신이 든 이후 못된 행동을 빈번하게 했다. 실제로 우리 아들은 A보다 B를 더 싫어하고 가해자로 지목했다.

짐작할 수 있듯, 우리 아들은 만만이형이다. 만만이형이라고 모두 소심하고 얌전하지만은 않다. 아이는 활동적이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사교적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잘 다가가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도 좋아한다. 전반적으로 허술한 느낌의 아이이긴 하다(이전 포스팅에서 이광수 씨를 예로 들었다). 말도 많고, 괴짜스러운 구석도 있다. 눈치도 없고(눈치 없는 아이들이 왕따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서 감정이 고조돼서 욱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친구들과 몇 차례 트러블이 있기도 했다. 그러니 무작정 온화한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강한 상대가 아들에게 화를 내거나 나쁜 말을 하며 폭력적으로 대하면 갑자기 당황해서 순응하고 기가 죽어버리는 듯하다. 상대의 폭력성에 명확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반박을 하더라도 굉장히 소심하게. 축구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는 아들은 또래 집단 무리에서 함께 놀고 싶은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불합리한 관계 속에 매여 버렸다. 어른들 눈에는 보여서 그냥 그 관계 속에서 빠져나오면 비교적 쉽게 벗어날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한다(이점이 대응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 이었다).    


학교에서 관찰할 수 있는 아이들의 따돌림 양상은 점점 교묘해진다고 한다. 예전처럼 때리거나, 빵셔틀시키는 식으로 눈에 띄는 방식이 아니라고 한다.

예를 들면,

#1 아이들도 누군가를 배제시키거나 안 놀아주면 그것이 잘못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선생님께 이야기가 들어가면 혼난다는 것) 무리는 따돌리는 아이 혹은 싫어하는 아이를 놀이에 껴주고 함께 논다고 한다.  다만, 다 놀고 나서 뒷정리를 따돌리는 아이에게 모두 시키는 경우가 있다. 따돌림을 받는 아이는 뭔가 이상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묵묵히 뒷정리를 한다고 한다. 본인이 뒷정리를 해야 무리의 아이들이 함께 놀아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관계가 고착된다고 한다.  


#2 함께 축구를 하다가 무시당하는 친구가 반칙을 하게 된다. 유독 그 아이에게 레드카드를 부여한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출전 기회를 박탈한다. 공식적인 룰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 아이를 배제시키는 것은 본인들에겐 정당하다. 축구에는 레드카드라는 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드카드를 주는 심판은 누구지? 무리 중의 한 아이다. 심판의 권한은 누가 부여했지? 그 무리 아이들끼리. 그 아이를 심판으로 정하기로 모든 아이가 동의했나?

(아이들 하는 동네 축구는 다 그런 거라고 누군가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특정한 누군가가 계속 심판이 되고 특정한 누군가에게 불리한 판결을 지속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건 아니다. 공정을 알려줘야 한다.)   



혹시 우리 아들에게 따돌림당할만한 결격 사유가 있던 걸까. 사회성이 결여된 그런 아이인가. 그래서 아이들이 그런 건가...(이러면 안 되는데, 아들에게서 먼저 잘못을 찾고 있었다)

우리 아들을 상대로 한 따돌림은 4학년 때 피크였지만, 현재 5학년 담임 선생님께 자문을 구했다. 선생님께서는 들과 다른 아이들 관계를 관찰하신 후 말씀 하셨다.

"어머님, ㅇㅇ이나 다른 아이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서로 다들 비슷한 잘못하고 트러블도 생기고 그래요. 오히려 약간은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이에요. 다만 아이들 간에 역학관계라는 게 있는데, 과거 무슨 계기에선지 아이가 여기서 밀린 것 같아요."

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 아들은 어느 순간 무시해도 되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유령처럼.


이런저런 생각 끝에 학폭이나 괴롭힘은 권력자체의 문제 아니라 최고권력형 아이(리더)의 윤리와 도덕성 그리고 형성된 무리의 건전성 여부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답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빠지게, 랜덤으로 걸리는 더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건가. 어느 집단에나 권력이 있다. 흔히 말하는 리더. 사회에는 자연스럽게 리더가 만들어지고, 그 리더를 좀 더 잘 따르는 무리, 방관자 등 다양하게 분류할 수도 있겠다. 권력형 아이 주변에는 친구들이 모이고(스스로 무리를 만들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그 아이에게 모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반에서 좀 더 친한 무리도 당연히 있다. 어떤 친구들은 무리를 짓고 서로 수학공식이나 정치 얘기를 하기도 하고 소설 쓰기를 하기도 하더라(굉장히 이상적이지만 실제로 있고, 한때는 우리 아들도 소설을 쓰거나 치 얘기 하는 집단에 있기도 했다). 최고권력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무리가 얼마나 못됐느냐의 차이? 그래서 만만한 아이를 대범하게 왕따 시키는지, 은근히 따를 시켜서 유령을 만드는지, 괴롭힘을 통해 놀잇감으로 만드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성향의 아이들이 무관심 속에 자라서 무리 짓고 잇속 챙기는 정치질하는 어른으로 자라는 건가 싶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여보, 여보는 이 중에 어떤 부류였어?"

"친구 많지 않은 나 보면 모르겠어? 나 잘난척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형이었지~."

"차암~좋겠다~~ 잘난 척도 하고~니 아들은 만만이형인 것 같은데, 니 아들이 차라리 자발적 아웃사이더형이었다면 내가 지금보단 속을 덜 끓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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