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마흔에는 잘 살지 알았지…
누구나 꿈꾸던 나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꿈꾸던 스무 살. 스무 살에 꿈꾸던 서른. 서른에 꿈꾸던 마흔.
하지만 모든 꿈은 여지없이, 그 기대를 저 버리고 말았다.
나의 스무 살은, 청춘 드라마에 나오듯이 밝고 반짝이지만은 않았다. 나는 내 손으로 학비를 벌어야 했다. 방학에 어느 어학연수 배낭여행은 꿈도 못 꾸었고, 당시로서는 고액 알바였던 백화점 알바를 하며 학비를 모았다. 열몇 시간을 꼬박 서서 한 달 내내 일하면 그 돈은 등록금으로 고스란히 들어가야 했다. 학기 중에도 주말 카페 알바를 쉬지 않았다. 그 안에서 스무 살의 추억은 차고 넘치지만, 나는 나의 스무 살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렇게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되었는데..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스무 살을 조금 더 반짝이게 보내도 됐을 텐데 말이다.
지나 온 나의 시간에, 나의 스무 살에 너무 미안하다.
학비를 이 악물고 벌어야 했던 나는, 한 번의 휴학도 없이 졸업했다. 빨리 사회인이 되어 알바가 아닌 직장을 갖고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러면 지금의 이 가난을 좀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 때문이었다.
졸업과 함께 시작된 밥벌이, 그리고 꿈을 찾아 뛰어든 공연 계.
만약.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이 일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슬픈 명제와 답이 도출되지만… 어쨌든 공연 쟁이로 십삼 년을 부지런히 살아오고 있다. 한 번도 일을 쉬지 않았으니, 부지런히라는 부사가 맞을 듯싶다.
내 서른은, 공연 일의 정점이었다.
일이 잘되고 좋은 공연을 하고의 정점이 아니었다.
밤낮은 물론 새벽도 없이 핸드폰을 붙잡고 일을 해야 하는 회사에 발을 들이고, 그로부터 6년 동안 노예처럼 살게 된. 시작점이었다. 지박령처럼 그 회사를 떠나지도 못하고 구속된 채로 6년을 나를 버렸다. 그러고 있는 사이 엄마는 아팠고, 가세는 점점 기울어져갔다.
서른에 돈과 여유가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았었다. 어린 스무 살 보다 조금 더 어른이 된 채로 내 꿈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지 않을까… 빚은 조금씩 줄어들고 일에 있어서도 안정적으로 내 자리를 찾았을 것이고, 어느새 후반 즈음에는 가정을 꾸렸겠지…라고 생각했었고 꿈꿨었다.
지금 나는 서른의 끝에 서 있다. 두 달 후면 마흔이 된다.
나는, 생물학적인 어른은 되었지만 여전히 자아 찾기 중인 마흔을 앞두고 있다.
빚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통장에 돈이 쌓이지는 않는다. 적금은 들었다 하면 깨기 일수고, 얼마 모일라 치면 집안 대소사가 나를 기다린다. 좋은 사람들 만나 안락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이 일. 좋은 마음 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일.
결혼 아직 못했다. 마흔이 되어도 당장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나의 스무 살에 미안하다.
스무 살에 꿈꾼 서른과 마흔을 살지 못해서, 나는 너무 미안하다.
아직 마흔은 오지 않았으므로, 내 마흔에 조금의 기대를 걸어 본다.
스무 살에서 딱 스무 살 더 살았으니, 마흔 만큼은 이 보단 조금은 좋아졌기를 바란다.
어느 날 이 글을 보며, 내가 웃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의 스무 살에 고한다.
‘이렇게 살게 될 줄 몰랐어.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