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신세한탄
누구나 내 삶이 제일 버겁고 내 슬픔이 제일 깊다. 그 어떤 삶을 누구의 인생의 경중을 따질 수 있겠는가…
안다. 누구나 그렇다.
죽을 만큼 힘들다가도 미치도록 즐겁게, 그렇게 산다.
알면서도, 나만 유난스럽다고 생각하기 싫으면서도 한 번씩 참아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 밤이 그랬다.
6년 동안의 지옥 같았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첫걸음을 내디뎠던…
단잠에서 깨어 보니 현실이 보이는 그런 밤.
마음 너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취기에, 울음이 나올 것 같은 목 마름에 나는 말했다.
“난 내 인생이 쉬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 말 끝에 나는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때로 말이 마음을 부른다. 그 말이, 어둑어둑 쌓였던 내 마음을 부르고 말았고 나는 울어버렸다.
저 사람이 좋다!라고 말하면 나는 그 사람이 좋아진다.
저거 먹고 싶다!라고 말하는 나는 그게 너무 먹고 싶어 진다.
힘들다고 말하면 나는 정말 힘들어지고, 슬프다고 말하면 나는 울어버린다.
그래서 가능한, 정말 깊숙이 들어가 있는 내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징징거리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날, 그 말이 불러낸 마음이 애써 외면했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나의 길고 긴 주사가 시작되었다.
‘있죠. 난, 한 번도 내 인생을 허투루 산 적이 없어요.
노력했어요.
모자라지만 엄마의 자랑이 되기 위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내가 선택한 꿈같은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힘겨웠지만, 구비구비 산등성이를 넘었어요.
그런데 왜 아직도, 이 모양일까요.
이제 그 어려운 방정식이 한 번쯤은 풀려야,
나도 살맛이 날 텐데 말이죠…’
한 번도 쉬웠던 적 없던 내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았지만, 서른을 훌쩍 넘긴 늦겨울 내게 남은 건, 몇 년을 꼬박 일해도 갚지 못하는 빚과 완전한 내 것은 없었던 늘 힘들게 지켜야 하는 내 자리들. 그리고 여전히 내 어깨를 누르는 가장의 무게.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그 밤의 그 목마른 울음을 뱉어내고 있다.
쉽지는 않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술은 좀 줄이려고 한다.
술만 마시면 자꾸 울어서, 좀 자제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