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스며든 바람
해외에 산지 4년이 돼 가고 있다. 이 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었다.
첫 해에는 별생각 없이 갔었다. 1년 넘게 해외에 있다가 한국을 방문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몰랐으니까. 물론 가서도 몰랐다. 복층의 작은 오피스텔이 답답해서 집구석을 매일 탈출해야 했다는 것, 타지에서 생활했던 기간 동안 출현했던 나의 어떤 다른 모습은 순식간에 휘발해 버렸다. 나는 그냥 애초에 계속 한국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돌아가 한 달을 보냈다.
다음 해에는 아이들 학원 쫓아다니는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 와중에 친정과 시댁도 계속 오가야 했고 늘 해오던 대로 딸노릇, 며느리노릇을 욕먹지 않을 정도로 하려고 나름 애썼다. 피곤했고 돌아왔을 때 ‘앞으로 1년은 이런 느낌에 먹히지 않아도 되겠구나’ 시간을 번 기분이었다.
문제는 올해였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있을 곳도 예약해 놓은 뒤에 한국에 가기 싫다는 감정이 정말 감당하기 힘들 만큼 올라왔다. 이 감정을 이해해 보려고 많은 시간을 보냈고 결국 한국에 다녀왔다.
아주 오랜 시간 알에 갇혀 있었다는 것, 균열을 냈다는 것, 그 틈으로 바람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나는 결국 이 알을 깨고 나가는 중이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