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가 끝까지 안 해준 그 한마디

아드님이 장가를 잘 간거거든요! 아버님!

by 알깨는 아줌마

말투를 바꿔볼까 해. 이건 알 깨는 아줌마의 현장 생중계니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려고!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 글쓰기를 지속하는 거거든. 수많은 작심삼일로 가득한 인생인지라 그래.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


어쩌다 보니 또 시댁 얘기네, 며느리 노릇 이야기나 하려고 글쓰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자꾸 이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걸 보면 아마 내 번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건 사실인 것 같아.


이번에 한국 갔을 때 말이야. 시부모님이랑 여행을 갔었거든. 3 베드 가족룸을 구해서 한 객실에서 1박을 함께 했는데 저녁을 먹고 방에 다 같이 돌아와서 자연스럽게 샴페인 한잔씩을 했어. 시아버지가 말씀하는 걸 좋아하셔. 그 상황에 익숙한 시어머니, 남편은 대면대면 듣고 있는데 며느리를 유전자를 가진 나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시아버지 말씀을 경청하지.


아니, 그날 그러시는 거야.


“내가 욕먹을 각오로 얘기하는데, 너 시집 진짜 잘 갔다.”


그래, 시집 잘 갔지. 그렇게 믿고 살아야 내 인생도 좋지. 인정하자. “맞아요 아버님! 시집 잘 갔죠!” 맞장구를 쳤지. 그러고 나니 살짝 섭섭하잖아? 그래서 내가 그랬지.


“아버님! 그다음 말씀도 하셔야죠! 아들도 장가 잘 갔다고! “


아니, 그랬더니 끝까지 그 말씀을 안 하시는 거야. 뭐 그건 내 딸한테 물어봐야 한다나? 대답은 안 하시고 엉뚱한 소리를 하시는 걸로 봐서 진짜로 아들이 장가 잘 갔다는 엄연한 사실에 동의할 수 없으신가 봐! 그 순간은 살짝 기분이 상했어. 그런데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웃음이 나더라.


시아버지의 의견이 나에게 아무런 상처가 되지 않는 거야. 시아버지가 설령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신다 해도 그게 나에게 큰 문제가 아닌 거더라고. 아. 그렇지 맞지. 나도 시아버지가 별로 일 수 있고 시아버지도 며느리가 별로인 게 뭐 대수로운 일이야?


와, 그걸 깨달았을 때 나 완전 소름이었잖아.


나 사실 시부모님들이 나를 좋아해야 남편도 나를 온전히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었나 봐. 근데 이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알아? 나야. 남편이 내 부모에게 잘하거나, 못 하거나 이게 나에게 너무 중요했던 거야. 그러니까 나는 친정에 가서도 늘 긴장상태였어. 살갑지 않은 사위로 친정집에서 존재하고 있는 저 뚱해 보이는 남자를 보는 게 힘들었어. 엄마, 아빠 눈치도 보이면서 남편도 불편할 거라는 게 신경 쓰이면서도 미웠어. 왜 그거밖에 못하냐고 속으로 많이 욕했지. 그렇지만 내가 시댁에서 불편하니까 최소 그 불편만큼 그도 그럴 거라 생각해서 말도 못 했어. 이런 마음속 갈등을 근 20년을 했으니 정말 비 생산적인 곳에다가 에너지를 쏟아 부은 거지 뭐야. 착한 딸, K장녀 안경 쓰고 있는 자에게 착한 며느리 안경은 자동장착인가봐. 그렇게 바보 같이 산 거야. 너무 허탈했어.


엄마 아빠가 내 남편을 별로라 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거더라고. 내 남편이고 내 애들 아빤데 뭐. 마찬가지고 시아버지가 며느리인 나를 설령 미워한다 해도 그 마음은 아무 힘이 없어. 나는 내가 마음에 들거든. 시아버지 아들과 같이 살고 있고 함께 애들 키우고 인생 헤쳐나가는 사람은 Definitely 나더라고.


내 알에 금 가고 있는 거 보이니? 친구들!

keyword
월, 화,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