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는 걸까, 그냥 꼰대가 되는 걸까?
서른세 살쯤, 어떤 모임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
구성원 나잇대가 정말 다양했거든?
내가 거의 막내였고, 60대까지 정말 여러 연령대가 있었어.
그때 연말 파티도 같이 하고, 몇 번을 더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관찰하게 됐지.
내가 삼십 대 초반이면 뭐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었는데,
그 나이에 바라본 40대, 50대, 60대는…
솔직히 말해서, 좀 꼰대 같았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행동도 막 거침없고.
그런 걸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했지.
“아, 나이가 들면 자기 객관성을 잃어버리나, 어떻게 보일 지를 모르게 되나 보다…”
근데 요즘 내가 뭘 하고 있냐면 말이야.
알을 깨고 나가겠다, 진짜 나로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잖아?
그러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있어.
‘나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살았지?’
‘남의 눈치를 왜 이렇게 많이 봤지?’
‘아 몰라, 이제 내 맘대로 살 거야!’
이런 생각이 올라오는데…
어느 순간 불현듯, 그때 봤던 그 ‘꼰대들’ 생각이 나더라.
혹시…
이거, 알 깨고 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나이 들어서 남이 어떻게 보는 지를 못 보게 되는,
그때 내가 봤던 그 상황인가?
그냥 노화?
그냥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 아닐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게 참 헷갈려.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
어쩌면 이건 단순한 노화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
확실한 건,
그때 봤던 그 어른들도
‘어떻게 보일지 몰랐던’ 게 아니라,
알면서도 그냥 신경을 안 썼다는 거야.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디선가 자꾸 신호를 받는 느낌이 들어.
“더 진짜 나로 살고 싶다”는 그 신호.
아직은 잘 모르겠어.
꼰대와 자유 사이,
노화와 성장 사이,
그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중은 아닐까?
아직도 알 속에 있는 것 같고,
이미 알을 깨고 나온 것 같기도 한 이 모호한 순간.
알을 깨고 나가는 길과 꼰대화의 길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여도, 아니 확실히 비슷한 것 같아.
노화도 한 몫하는 게 분명한 것 같고!
다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뿐이 아닐까?
알 속으로 속으로 점점 더 파고들거나
혹은 깨고 밖으로 나오거나
나는, 그리고 아마 너도,
그 경계에서 서성이고 고민하면서,
어쩌면 조금씩… 조금씩…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중일꺼야.
어차피 계속 걸어야 한다면
이왕이면
우리 같이
밖을 향해 걸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