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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버몬트-뉴욕 여행 14

2020년에 돌아본 2013년 여행

by Blue Bird
27792949525DE33313 보스턴칼리지 Vs. 빌라노바 대학 풋볼 경기


내일 묵을 호텔 예약이 어렵다. 내일은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보스턴칼리지와 빌라노바대학교의 올 시즌 첫 풋볼 게임이 보스턴에서 열리는 날이다. 세라가 칼라가드로 조인한 보스턴칼리지 마칭밴드가 풋볼 경기에서 멋진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우리는 이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 밤늦도록 보스턴 인근 호텔을 예약하려고 온라인을 헤매었지만 실패했다. 방이 동났다. 가끔 있더라도 하루 300불이 훨씬 넘는 비싼 것만 몇 개 남았다. 피곤하니 일단 자기로 했다. 설마 잘 곳이 없으랴.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옆에서 소피는 잘도 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온라인으로 방을 찾아봤다. 역시 없었다. 한인민박은 어떻까? 역시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인민박집 한 곳에 이메일을 남겼다. 조금 있으니 답메일이 왔다. 방이 모두 예약됐지만 급하게 하나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마침 보스턴칼리지 신입생 학부모가 묵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고 했다. 어쨌든 다행이다. 풋볼 시작은 12시다. 한 30분 전에 학교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변이 엄청난 트래픽이다. 풋볼 게임 때문이다. 큰 도로와 사이사이 골목까지 모두 노상 주차장이다. 인근 주차장도 꽉 찼다. 보스턴칼리지 주차장에 주차해야지 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주차 패스가 없으면 아예 학교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묻고, 물어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주차하면 셔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까지 가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무사히 주차하고 셔틀을 타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게임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막 하프타임이다. 하프타임이 칼라가드와 밴드에게는 메인이벤트일 텐데. 그래도 들어가기로 했다. 입장료는 50불인데 하프타임이 지났기에 35불을 받는다. 지정된 좌석을 찾아 앉았다. 하프타임 행사도 끝났다. 곧 3 쿼터가 시작됐다. 우리가 앉은자리는 빌라노바 골 쪽이다. 보스턴칼리지 팀이 터치다운하려면 우리가 앉는 쪽 앞으로 오게 된다. 세라가 속한 보스턴칼리지 밴드, 댄스, 칼라가드 팀은 운동장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아니 서 있었다. 세라의 얼굴을 찾아보려 했지만 너무 멀었다. 이럴 땐 육백만 불의 사나이, 스티브의 눈이 필요한데... 최소한 망원경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게임은 보스턴칼리지의 승리로 끝났다.


게임이 끝났다. 몇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끝에 세라를 기숙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기숙사에서 만난 세라는 상당히 피곤해했다. 경기 내내, 아니 그 몇 시간 이전부터 서서 응원을 하느라고 힘들었다고 했다. 풋볼 경기로 힘든 건 풋볼선수뿐이 아니 것이다. 밴드, 댄스, 칼라가드팀 모두가 힘들다. 선수들은 관중들의 주목을 받지만 이들은 그렇지도 못하다. 그래서 더욱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어쩌랴. 세라를 데리고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그나마 어렵게 됐다. 조금 있다가 보트를 타러 가야 한다고 했다. 신입생이 모두 가는 건지, 밴드팀이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쉽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우리는 내일 아침 보스턴을 떠나는데. 보트 시간에 맞춰 세라를 보내고 우리끼리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 먹으러 가기 전에 소피는 세라에게 필요한 것들을 좀 더 사야 한다고 했다. 뉴튼 쪽 Bed Beth & Beyond에 들러서 샤핑하고, 월그린에 들러서 또 샤핑을 했다. 끝이 없다.


밤 8시가 다 되어 지난번에 갔던 Jonny's에서 저녁을 픽업했다. 식당에 앉아서 먹을 힘도 없었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주인은 누군가를 픽업하러 나갔고 이곳에 묵는다는 보스턴칼리지 신입생 가족이 집 앞에 있었다. 이들과 집 앞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보스턴에 유학 왔고, 부부는 한국에서 산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 오리엔테이션을 많이 빼먹고 보스턴 구경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하나도 안 빼먹고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는데... 하긴 인터내셔널 학생들은 또 한 번의 오리엔테이션이 있다고 하니 이들은 그때 가면 될 듯싶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 옆방 가족들과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특별히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다니는 것이고 아이들은 금방 적응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옆방 가족들과 우리 집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옆방 가족은 한국에 거주하며 아이를 유학 보낸 것이다. 우리는 멀긴 하지만 미국에 거주하며 아이를 미국 내의 학교에 보낸 것이다. 옆방 아이의 제1 언어는 한국말이다. 영어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언어다. 세라의 제1 언어는 영어다. 한국어는 집에서 아빠 엄마에게 듣는 언어다. 언어가 다르면 사고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나는 법이다. 바람은 이렇게 한국에서 유학 온 아이들이나 미국 아이들이나,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유학 온 아이들 가리지 말고 폭넓게 사귀는 것이다. 인종, 나이, 성별 가리지 말고 사람을 접하면서 인격을 완성시켜 나가기 바란다. 인격이 결코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날 아침. 오늘은 일찍 차를 공항에 반납하고 뉴욕으로 가야 한다. 소피는 어젯밤 늦게까지 세라와 메시지를 주고받더니 아침에 공항 가는 길에 잠깐 세라 기숙사에 들르자고 한다. 그래도 얼굴을 보고 가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다. 7시쯤 민박집에서 나왔다. 기숙사에 들르니 세라는 잠들어 있었다. 세라를 깨워 "우리 이제 간다~" 했더니 세라는 "웨잇, 웨잇(wait) " 하더니 안경을 찾아 쓰고 소피와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는 것이다. 하와이로 떠나는 아빠 엄마 얼굴을 기억에 담아두려는 듯했다. 자다가 깨어나 이렇게 얼굴 쳐다본 후 다시 자면 나중에 잠에서 깨어난 뒤 기억에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세라는 다시 꿈나라로 돌아가고 우리는 로건 공항으로 향했다. 보스턴의 일요일 아침 공기가 신선하다. 우리도 이곳으로 이사와 살까? 여기서 뭐하며 살 것인가? 그래, 그게 항상 문제다.




풋볼 경기가 있는 날은 가능하면 경기장 주변에 얼씬 거리지 않는 게 좋다.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모이고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자신의 차로 경기장 근방까지 이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보스턴칼리지 주차장으로 직행하려다 엄청 고생했다.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트래픽은 몇 마일 떨어진 곳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처음엔 영문도 모른 채 왜 이렇게 길이 막힐까 생각했다. 조금씩 학교 방향으로 다가가면서 풋볼 경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그래서 경기장에 가려면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자차를 이용하려면 경기장에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우고 걸어가거나, 셔틀이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풋볼 경기를 관람할 때의 좌석은 중간쯤이 좋은 것 같다. 한 팀 골 쪽에 자리를 잡으니 골이 이쪽으로 올 때는 잘 보이지만 반대쪽으로 갈 경우엔 잘 안 보이는 단점이 있다. 또 풋볼 경기는 쿼터제로 운영되니 경기를 보는 관중들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게 아니라 화장실에 가거나 먹을 걸 사 오든 거나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자리가 좁은 경우 그때마다 발을 비켜주어야 하고, 몸집이 큰 사람이 움직일 경우엔 아예 일어나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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