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이태리 여행 1 (2018)

by Blue Bird


베니스 산 마르코 종탑


어떻게 이태리에 가게 됐는지 그 시작은 모호하다. 유럽은 멀기도하지만 평소 가던 대로 1주일 정도의 휴가로는 너무 짧다는 생각에 '더 시간이 많을 때 가자'고 미루고, 미뤄둔 것이었다. 세라가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취업했다는 점이 우리가 떠날 수 있는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드디어 하나뿐인 딸을 대학 졸업시켰으니 우리에게도 좀 보상을 주고 싶은 심리도 있었다.


총 여행 일정은 2018년 5월 12일부터 28일까지로 잡았다. 더 오래갔다 왔으면 좋겠지만 소피가 휴가를 그 이상 내기가 어려웠다. 세라가 1월 말 보스턴으로 취업해서 떠났고, 2월부터 이태리의 호텔과 항공권을 알아보며 일정을 만들어갔다. 그러다가 잡게 된 일정은 5월 12일 호놀룰루를 출발해 뉴욕 JFK에서 항공기를 갈아탄 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3박 한 후, 이태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스탄불은 처음엔 갈 생각이 아니었지만 항공편을 검색하다가 그렇게 가는 일정이 훨씬 저렴하기에 '그래 이왕 가는 김에 이스탄불도 구경하자'며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일정에 넣었다. 미국 내 경유지는 처음에는 세라가 있는 보스턴에 들러 어떻게 사는지도 좀 보고 오려고 그렇게 잡았다가, 마침 주말이니 차라리 세라를 뉴욕으로 놀러 오라고 하면 더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뉴욕으로 변경했다. 호놀룰루에서 뉴욕까지는 하와이안항공으로, 뉴욕-이스탄불-베니스까지는 터키항공으로 예약했다. 올 때는 로마-이스탄불-뉴욕-호놀룰루 일정이다. 엄청 먼 일정이다. 하긴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오는 것이니 그럴만하다. 그렇게 떠나기 3달 전에 항공권 예약이 끝났다. 그러는 사이에 호텔을 예약했고 그렇게 손조롭게 여행 준비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세라가 집에 두고 온 자신의 소지품을 보내달라는 과정에서 "그건 크니까 내가 bring 하겠다'는 말을 들은 세라가 "what do mean by bring?"이라고 물으면서 소피와 나의 이태리 여행 소식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세라를 일단 동반할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는 세라가 이제 갓 회사에 입사했기 때문이었다. 1월 말에 입사했는데 5월에 휴가 가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세라는 자기도 가고 싶다고 했다. 어찌 됐든 일단 회사에 말해서 승낙을 받아보겠다고 했다. 이틀 후 세라는 승낙을 받았으며 자신은 일주일만 합류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셋이 함께 가는 가족여행이 됐다. 잘됐다. 돈은 두배 이상 깨질 것이겠지만 세라도 데려가면 좋을 것이다. 물론 세라가 가면 이상하게 비용이 1/3이 느는 게 아니라 최소 두배 이상이 든다. 수학적으로는 참 이해할 수 없다.


3월 초에 보스턴-이스탄불-베니스, 올 때는 로마-이스탄불-보스턴으로 해서 항공권을 따로 예매했다. 호텔도 추가로 예약해야 했다. 이스탄불에서는 미국처럼 두 명~ 네 명이 묵어도 상관없지만, 이태리에서는 두 명 이상이 되니 우리처럼 세명이라도 방 두 개를 예약하도록 되어있었다. 4월 중순에는 이태리 내에서 이동할 기차표도 미리 예매했다. 이태리 기차표는 미리 예매할수록 가격이 싸다. 베니스-플로랜스, 플로랜스-로마까지의 기차표를 frecciarossa의 business로 예약할 수 있었던 것은 미리 예약하니 가격이 저렴한 덕분이었다. 호놀룰루에서 뉴욕으로 갈 때의 하와이안 항공도 이코노미 플러스로 좌석이 좀 넓은 것으로 했는데 너무 긴 여행시간을 대비해 조금 편하게 가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이라도 편한 것을 찾게 된다. 이코노미에 비해 겨우 10인치의 공간을 더 주면서 한 명에 편도 150불씩 받아간다. 한 뼘의 공간을 10시간 빌리는데 150불이라. 이러다간 나중에 체중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는 할증료를 붙이지 않을까 십다.


자 이제 항공권 하고 호텔, 기차표까지 마련됐으니 다 끝난 걸까? 아니다. 터키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 랜트카를 해야 할까? 가서는 구체적으로 어디를 구경할까? 신용카드를 쓰는 게 나을까, 현금 환전이 나을까? 전압은 미국과 다르다던데? 단거리 교통편은 교통카드를 살까, 택시를 탈까, 우버를 이용할까? 베니스는 물의 도시라던데 교통편은? 가서 안 하고 오면 후회할만한 것은 없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너무 자세히 계획하는 것도 피곤하고 계획대로 될 리 없지만, 아무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가는 것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 알아야 하고 준비해 가야 하느냐를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 준비의 황금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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