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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 2

2020년에 되돌아보는 2005년 여행

by Blue Bird


10월 3일 월요일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서 푹 자고 싶었는데 잠이 잘 안 온다. 영화를 보려면 2불을 내고 헤드폰을 사야 한다. 맥주를 마시고 싶으면 한 캔에 5불을 내야 한다. 항공기 회사가 연료값 인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줄을 알지만 너무한다 싶다. 전에는 항공료에 다 포함되어있던 것을 이제는 따로 돈을 받는다. 좀 더 있으면 밥도 사 먹고, 커피, 물도 다 사 먹으라고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예상대로 샌프란시스코에 늦게 도착했다. 도착하면서 보니 바로 옆에 컨티넨탈 항공기가 있는데 시간은 이미 출발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ATA 부스로 가서 알아보니 우리가 타야 할 컨티넨탈은 이미 떠났다고. ATA 직원은 다음 비행기가 두 시간 후인 9시쯤에 있다며 그걸 타면 된다고 했는데, 컨티낸탈로 가보니 그 비행기는 좌석이 없고 11시 50분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한다. 그럼 공항에서 꼬박 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런...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이미 와 봤으므로 그리 낯설지는 않다. 검색대 앞 일식집에서 일단 아침을 먹기로 했다. 우동 두 개와 초밥을 시키려고 했는데 초밥은 지금 안된다고 한다. 세라는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이 없다고 안 먹겠다고 버틴다. 화장실에서 얼굴을 대충 씻은 후 검색대를 통과해서 게이트 앞으로 일찌감치 갔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월스트릿 저널을 한 부 사면서 세라의 기분을 풀어줄 요량으로 직접 조립하는 솔라 에너지 자동차를 하나 샀다. 세라의 기분이 조금 풀렸다. 신문을 읽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고, 어느새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잊지 않고 컨티넨탈에서 마일리지를 체크한 덕분인지 앞자리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세 자리가 모두 떨어져서 가운데 자리밖에 없다. 불편한 항공여행이 될 듯. 컨티넨탈 항공기는 예정대로 출발,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서서히 벗어났다.


항공기 내에서 나오는 식사는 달랑 샌드위치 하나였다. 앞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는 와인잔 소리가 나는데... 그러고 보면 대한항공의 식사는 퍼스트 클래스 식사나 다름없다. 가기 전에 품었던 의문 하나가 풀렸다. 항공기를 타고 동부로 갈 때 대륙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 답은 보인다 였다. 항공기 아래로 산과 물이 보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미 대륙, 미국... 음 역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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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항공기는 뉴왁공항에 오후 8시에 도착했다. 자 이제는 공항에서 어떻게 호텔을 찾아갈 것인가. 물론 택시 타고 호텔로 직행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 공항은 뉴저지 쪽 뉴왁이고 첫 호텔은 뉴욕 맨해튼을 지나 퀸스에 있다. 택시비는 어림잡아 80불 이상이 나올 것이고 차가 막히면 더 나올 수도 있다. 앰트랙이나 뉴저지 트랜짓을 타고 맨해튼으로 가서 거기서 택시를 타고 가도 마찬가지다. 열차요금이 세명이면 60불에 거기서 택시를 탄다면 20불, 합하니 80불이다. 뉴왁공항에서 공항 셔틀을 타고 라과르디아 공항까지 가서 호텔 무료 셔틀을 타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항 셔틀을 알아보니 가격이 세명에 75불이다. 공항에서 에어 트레인을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소피는 가방을 두고 내렸다가 다시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값은 마찬가지이니 택시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갔는데 뒤따라오던 소피가 앞에 서있던 버스는 맨해튼까지 13불이라며 나를 잡는다. 물어보니 어른 13불, 12살 이하는 무료란다. 그럼 26불이면 맨해튼까지 갈 수 있는 셈이다. 두말없이 그 버스에 올랐다. 뉴욕-뉴저지 사이의 긴 다리를 건너고, 긴 터널을 통과해서 25분 만에 맨해튼 버스 터미널( Port Authority )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택시를 타려고 나갔더니 줄 서있던 택시 운전사들이 서로 태우려고 난리다. 값을 물어보니 "미터대로 간다" 20불 정도다"라고 하는데 운전사들이 너무 껄렁껄렁하게 보인다. 뭔가 개운찮다.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다시 터미널로 들어갔다. 퀸스로 가는 지하철 노선을 찾아 헤맨 후 마침내 역에서 메트로 카드 (일주 일용 24불)를 구입하고 지하철을 기다렸다. 지하철역은 무척 혼잡하고, 더럽고, 낡았다. 마침내 R 노선을 타고 퀸스로 향했다. 열차 안에서 내리는 곳을 몰라 한 남학생에게 물어봤더니 우리가 갈 팬앰 호텔을 잘 모른다. 다른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뉴타운 그랜드 스테이션에서 내리면 된다고 한다. 겨우 내려서 나가보니 멀리 팬앰 호텔 네온사인이 보인다. 찾았다, 찾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네 블록을 걸어서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키를 받아 방으로 가니 시간은 밤 12시가 돼가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와서 호텔 옆의 POP diner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스테이크와 파지타와 하이네캔 두병. 소피 왈,


"아빠가 태어날 때를 빼고 가장 힘들게 보낸 생일이다"


뉴왁 공항에서부터, 처음 가는 지하철 찾아 맨해튼 지하에서, 그리고 퀸스에 있는 호텔을 찾아서 낑낑 매며 가방을 끌고 헤매던 조금 전까지의 내 모습,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행지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뉴욕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지하철이다. 지하철이 너무 낡고, 지저분하고, 더웠다. 노선에 따라 상태가 다르긴 하지만 어떻게 세계적인 도시 뉴욕이란 데서 지하철을 이렇게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사람은 엄청 많지만 항상 깨끗하고 시원한 지하철을 탔었기 때문에 더욱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사는 하와이에는 지하철이 없다. 그래서 대중교통으로는 수년 전부터 건설 중인 레일 노선 이외에는 (계속 늦어져서 언제 완공될까) 이렇다 할 대중교통이 없다. 버스노선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주민들은 버스 탈 기회가 거의 없다. 대부분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쇼핑 다니며, 기타 볼 일을 본다.

런던의 튜브를 탔을 때는 그다지 더럽다거나 낡았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하철을 만들었지만, 사용자 측면에서 볼 때 이미 다른 나라들에게 한참 뒤처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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