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과 시월은 깊이 그리워하던 손님 같다.
이왕 오신 거 오래 머물라 청해도 한사코 손사래 치며 곧 떠날 준비를 한다.
그만큼 짧고, 그만큼 아쉽다.
출근을 하면 습관처럼 두 냥이 녀석들 밥을 채우고 모래통을 치우고 믹스 커피를 타서 뒤뜰로 나간다.
탁자 삼아 쓰는 칠 벗겨진 나무 걸상에 커피잔을 놓고 색 바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나도, 사물도, 다 낡아간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차가운 바람 한 줄기가 휘익 옷을 파고든다. 오싹한 한기를 느끼는 잠깐 동안 삭막한 겨울 앞산의 빈 나뭇가지들과 깨질 듯 쨍하게 파란 겨울 하늘 그림이 눈앞을 스친다.
가을이 곧 떠날 모양이다.
뭐든, 헤어지는 게 점점 더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