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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Sep 18. 2023

글쓰기의 힘


어제는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산책은 포기하고 비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빗줄기가 가늘어지다가 그쳤다.
얼른 운동화를 신었다.



마을을 지나는 길을 택했다.
이 길은 산을 마주 보며 다가간다.

비 갠 후 자욱이 피는 산안갯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군불 때는 냄새가 연하게 땅에 깔렸다.
산안개 냄새일까.




맨발산책로가 끝나는 삼거리엔 단풍나무가 몇 그루 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빨간색 이파리 하나가 점처럼 보였다.

단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무가 온통 빨갛게 물들 날도 머지않았다.  

마음이 싸했다.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김소연 '마음사전' 중에서-

어제는 아무 날도 아니었다. 느슨한 일요일 중 하나였을 뿐.
산안개와 단풍 사진을 찍고, 짧은 글 하나 써서 보탰다.
아무 날이 올해 첫 단풍을 본 특별한 날이 되었다.
기억에 아무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을 여느 일요일을 소중하고 궁극한 하루로 새겼다.

글쓰기의 힘이다.


'궁극하다 (窮極하다)'는 더할 나위 없이 간절하다는 형용사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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