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연인과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들 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날씨와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강의 끝.
-<소설가의 일 (김연수 저/ 문학동네)> 중에서
운동화를 신고 산으로 향하는 것, 나무 계단을 오르며 허벅지의 팍팍함을 느끼는 것, 맨발 산책로 돌벽의 이끼와 숲 속 세 칸짜리 돌계단의 이끼가 다른가 잠시 몸을 굽혀 바라보는 것, 아침비에 젖은 숲길 낙엽 더미의 시큼 들큼한 냄새에 코를 벌렁거려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