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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Aug 23. 2023

아는 것, 깨닫는 것



아침 산책을 했다.
앞산이 젖어있었다.
물기 머금은 바람 냄새가 산의 땀내 같다.

오솔길 초입에서 뜨거운 여름의 시체를 만났다.
잠시 내려다보았다.
긴 기다림 끝에 도착했을 짧은 여름이었을 텐데.
제 몫을 다 했기를.
아쉬움이 없기를.





여름을 뒤로하고 가을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이어폰으로 흘러드는 느린 비트에 맞추듯 발을 내디디며,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도록 생각 정리를 한다.

닿기 위해 걸어야만 하는 길이,
내내 잘 닦여진 신작로일 리는 없겠구나.  
예쁘게 치장된 길이 오히려 위험한 길일 때도 있겠구나.
아슬아슬한 순간과 출렁출렁 위태로운 구간도 건너야만 가야 할 곳에 이를 것이다.


그래, 가자.

그래도, 가보자.

하산 길에 알았다.
가을은 이미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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