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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의사의 마지막 유언 ★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걷는 자, 살아나는 자

by 꽃돼지 후니

유언으로 남겨진 건강의 비밀

한 마을에 살던 명의(名醫)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이 간직해야 할 삶의 지혜를 유언으로 남겼다. 그는 말했다. “나보다 훌륭한 세 명의 의사가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음식, 수면, 운동입니다.”

이 단순한 진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현대의 우리는 그 진리에서 멀어지고 있다. 과식, 야행성 생활, 운동 부족은 우리 삶에 만성 피로와 질병을 몰고 왔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찾는 병원은 진정한 치유를 주지 못한다.


이 명의가 남긴 유언은 행경산악회의 이념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그의 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압축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걷는다는 것, 살아있다는 증거

우리 몸은 본래 걷도록 설계되어 있다. 바퀴나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지기 전, 인류는 걸어야만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걷는 행위는 단지 신체적 운동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본능이었다. 걷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책상에 앉아, 침대에 눕고, 차량에 몸을 싣는 삶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행경산악회는 이 멈춘 삶에 다시 걷는 리듬을 불어넣는다. 매달 산행을 통해 몸을 깨우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연의 숨결을 가까이 한다. 걷는 자는 느린 속도로 삶을 되찾는다. 거대한 도시의 소음 속에서 들리지 않던 자신의 숨소리, 주변의 조용한 공기, 새소리, 나뭇잎의 흔들림이 걷는 자에게만 들리는 이유다.


음식과 수면, 그리고 뒷풀이의 행복

“위의 75%만 채우고, 절대로 과식하지 마십시오.” 의사의 유언처럼, 건강은 절제에 있다. 그러나 절제는 무미건조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행을 마치고 나서 펼쳐지는 행경산악회 뒷풀이는 절제 속에서 맛보는 풍요다. 지역 특산물로 차려진 식탁은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고, 그날의 땀과 성취를 함께 나눈 동료들과의 건배는 인생의 작은 축복이다.


여기서 웃음이 피어난다. 유언 속의 또 다른 약, 웃음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순간이다. 억지로 웃기지 않아도 된다. 함께 걸었던 길, 넘어졌던 바위, 갑작스레 나타난 벌 한 마리에 모두가 웃는다.

이 웃음은 ‘효과 빠른 진통제’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산속에 내려놓고, 뒷풀이에서 위로받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자연이 주는 신령한 기운과의 교감

행경산악회는 아무 산이나 오르지 않는다. 매월 신중히 산행지를 선정하고, 좋은 기운이 흐르는 곳, 즉 땅의 에너지가 강한 곳을 찾아 나선다. 단지 등산이라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산에 오르면 풍경이 열린다. 도시의 탁한 공기가 아닌, 맑고 서늘한 바람이 폐를 적신다. 숲은 묵언으로 모든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뿌리 깊은 나무는 잊고 지내던 삶의 뿌리를 일깨운다.


이러한 신령스런 기운, 우리가 잃고 지냈던 자연의 손길을 함께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함께 걷는 산행’의 진정한 의미다.

왜, 우리는 함께 걸어야 하는가?

사람은 홀로 있으면 무너지기 쉽다. 혼자의 운동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걷는 길은 다르다. 누군가가 숨이 차오르면 옆에서 걸음을 맞춰주고, 누군가가 지칠 때는 물 한 병을 건넨다.


행경산악회는 단지 ‘산’이 아닌 ‘사람’이 있는 곳이다. 그 안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품은 동문이 있고,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픈 이가 있다. 서로 기대어 웃고,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공동체다.


“육체만 건강한 것은 반쪽 건강입니다.”
그렇다. 산행은 단지 몸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웃고, 나누고, 소통하는 가운데 우리의 영혼이 회복된다. 의사의 유언은 우리에게 이렇게 외친다.
“몸과 영혼을 함께 건강하게! 웃고 사랑하며 걷는 삶을 선택하라.”

행경산악회는 단순한 동문 모임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되찾아야 할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실천이다.

걷자. 함께 걷자.
웃자. 많이 웃자.
먹고 마시자. 기운 좋은 곳에서.
그리고 살아나자.


지금 이 순간, 명의의 마지막 유언을 기억하자.
“걸어야 산다. 그리고 함께 걸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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