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신사업의 시대는 끝났다

AI시대, 허위 IR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by 꽃돼지 후니

2025년, 새 정부가 출범하며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각종 규제 완화, 기업 친화 정책, 신산업 육성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며, 자본시장 또한 기업의 전략적 IR 활동이 본격화되는 흐름을 타고 있다. 기업들은 기관 투자자, 자산운용사, PB센터 등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 IR은 물론, 비공식 라운드 미팅, 원투원 NDR(Non-Deal Roadshow), 투자자 대상 사업 설명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성장성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제 단순한 재무 성과나 과거 실적이 아닌 신성장 동력과 정부 정책 연계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사의 신사업이 정부 정책과 얼마나 궤를 같이 하고 있는지를 강조하며, 정책 수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장은 다시금 묻는다. “그 사업이 실제로 있는가?”, “그 계획은 실현 가능한가?”, “정말 신사업인가, 아니면 포장된 기대감인가?”


거짓 IR, 무늬만 신사업의 실체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와 같은 질문에 경종을 울린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A사는 “연 매출의 5배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 계약 체결”이라는 거짓 공시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시세조종자 甲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어 매도하고, 차명법인을 활용해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가짜 물품 공급계약, 자금 유출, 회계 조작까지 자행되었고, 결국 주가는 1/5로 폭락하며 거래정지, 소액주주 피해로 이어졌다.


또 다른 사례는 전기차 부품 상장사 인수를 홍보한 뒤 실질적 인수는 하지 않고 주식만 팔아 차익을 얻은 사건이다. 신사업 추진은 허울뿐이었고, 인수한다던 회사의 지분은 고작 5%에 불과했다. 주가는 한때 3배 이상 올랐으나 이후 급락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되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허위 홍보와 양도 차익 미신고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예고했다.


IR의 본질은 투자자의 눈을 속이는 것이 아니다

IR(Investor Relations)은 기업이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통로이며, 신뢰의 매개체다. 과거에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반응을 살피고, IR활동을 통해 시장 반응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간주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 IR은 더 이상 ‘through(도구)’가 아니라 ‘with(공동 수행)’의 영역이 되었다.


기업과 IR담당자는 경영진의 전략, 실행 계획, 위험 요인까지도 정직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는 단순히 공시를 잘 작성하는 것을 넘어 정보의 정합성과 진실성,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설득력이 핵심이 되는 시대다.


AI 시대, 허위 정보는 즉시 판별된다

예전에는 IR 자료를 기반으로 허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꽤 걸렸다. 투자자들은 정관을 확인하고, 관련 계약서를 추적하거나 업계 인사에게 물어보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 기반 뉴스 분석, 실시간 공시 데이터 모니터링, 딥러닝 기반 유사사례 판별 도구들이 상용화되면서, 단 몇 분이면 자료가 허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A사와 공급계약 체결”, “정부 정책 수혜 예정”, “고성장 산업 진출”이라고 홍보한다면 AI는 그 상대방 기업이 존재하는지, 실제 산업 현황이 어떠한지, 기존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거의 즉각적으로 확인해준다. 정보의 비대칭이 실시간으로 해소되는 세상, 이게 바로 AI 시대다.


더 정교하고 전략적인 IR이 필요한 이유

새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많은 기업들이 자사 IR 전략에 '정책 수혜 프레임'을 입히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AI, 배터리, 2차전지, 데이터센터, 신재생 에너지, 디지털 헬스케어 등은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며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분야다. 기업들은 이 틀 안에서 자신들의 신사업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제 그 포장보다 구조와 실체를 먼저 본다. ‘우리는 AI 기술을 도입했다’는 식의 모호한 메시지는 통하지 않는다. 어떤 기술을 누구와, 어떤 프로젝트에 적용했고, 성과 지표는 무엇이며, 향후 계획은 어떤 로드맵으로 움직이는지 구체적인 서사가 있어야 한다. IR은 이제 ‘스토리’가 아닌 ‘팩트’의 영역이 되었고, 스토리는 그 위에 얹히는 해석일 뿐이다.


공정공시 + 전략적 IR = 지속가능한 신뢰

AI 시대의 IR 전략은 결국 공정공시를 중심에 둔 정직한 데이터, 정밀한 소통, 신뢰 기반 설계로 귀결된다. 허위 공시는 빠르게 판별되고, 무늬만 신사업은 곧바로 시장에서 소외된다. 기업이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도 중요하지만, 지금 무엇을 증명하고 있는가는 더욱 중요하다.


공정공시는 단지 법적 의무가 아니라, IR 담당자와 기업 모두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다. 그리고 그 위에서 투자자와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전략적 IR이 쌓이면, 기업은 어느새 ‘신뢰받는 기업’이 되어 있다. 투자자는 ‘신사업이 있다’는 말보다, 그 사업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고 투자한다. 그 신뢰의 공백을 허위 홍보로 채우는 순간, AI는 그 거짓을 찾아내고 시장은 등을 돌린다.

2025년, 우리는 알고 있다. 허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IR은 투자자의 눈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정면으로 바라보며 신뢰를 설계하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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