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발견한 또 다른 나의 모습
"절대로 등산은 하지 않을 거예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렇게 단호하게 말했다.
등산?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걸 왜 해? 그건 에너지 부족한 내게는 너무 과해~
낯선 이들과의 여행? 가족이나 절친 아니면 절대 못하지~
그러던 중 행경산악회에서 대마도 숲속 트레킹이 예정되어 있다는 홍보에 ‘낯선 이들과의 함께’ 라는 것에 망설이긴 했지만 ‘숲!속!’ 이라는 단어에 꽂혀 신청을 해버렸고, 행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한 그 날의 트레킹은 나의 삶에 큰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되었다.
숲이 전해주는 싱그러운 생명력, 함께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우리는 함께니까요."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적절히 쉬면서 열심히 따라가자!"라는 나만의 산행 원칙을 세웠다. 체력이 부족할까봐,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봐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산악회 회원들은 서로의 페이스를 맞추며, 마치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이끌어주고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였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은 태백산 동계산행이다. 처음 경험한 겨울 산행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상고대의 황홀경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마치 하얀 솜사탕을 뒤집어쓴 듯한 나무들, 반짝이는 얼음 결정들... 그 순간의 감동은 힘든 등반도 잊게 만들었다. 물론 정상에서 맞닥뜨린 칼바람과 강풍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던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일행과 떨어져 잠시 다른 방향으로 하산하던 순간의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조차 지금은 값진 추억이 되었다.
등산은 내 경영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힘들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정상까지 반드시 간다"라는 생각은 기업을 경영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태백산 정상에서의 그 순간을 떠올린다. 강풍이 불어도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냈던 것처럼, 비즈니스의 도전 앞에서도 팀원들과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믿음이 생겼다.
월 1회, 그리 자주 산에 오르지는 않지만, 이제는 등산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등산은 나와는 절대 별개의 것이었지만, 좋은 이들과 함께 시작한 등산으로 인해 100대 명산 도전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산행을 통한 가장 큰 깨달음은 '좋은 사람들과 자연을 누리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것이다. 힘들었기에 더욱 달콤한 정상에서의 식사, 그리고 해냈다는 성취감은 일상의 큰 힘이 되어준다.
나는 이제 다른 CEO들에게 등산을 강력히 추천한다. "난 등산은 절대 안 해!" 라고 했던 내가 행경산악회를 만나 이렇게 행복해졌으니 말이다. 등산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자연이 주는 에너지, 함께하는 이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도전을 통한 성장...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이제는 산행 중 나만의 낙은 노하우도 생기기 시작한다, 간식과 팔수품은 수시로 꺼내어 활용할 수 있도록 앞주머니에 넣어두고, 편안함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장비를 갖추어가고 있다,
여전히 출발 전에는 일상의 버거움으로 출발을 망설일 때도 있지만, “최소한 이것만큼은 해내야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라는 확신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등산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두려워하고 거부했던 것이 이제는 내 삶의 큰 기쁨이 되었다. 산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순간들,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나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50대의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산을 오를 것이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그 속에서 찾은 행복과 의미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산은 내 삶의 에너지 충전소이며, 일상에서 활용할 큰 자원이 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