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대화는 티키타카, 상호작용의 과정입니다. 잘 들었으면, 적절한 반응을 해주어야겠죠? 이 반응은 특히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합니다.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죠. 내가 호감이 있고, 관심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고, 긍정적으로 반응합니다. 반면에 호감이 없는 사람과의 데이트는 무미건조한 반응, 침묵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아요. 사람도 사람인데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을 들었을 때는, 뾰족한 반응이 나오기도 하죠.
대표적인 상황을 하나 전제로 할게요. 얼마 전 주말에 집 근처 산에 올라갔습니다. 점심 때가 되어 내려 오는 길에서 보니, 엄마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이 앞에 있었어요. 사춘기인데 주말에 가족과 등산이라니!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어요. 제 앞이라 표정을 볼 수 없었거든요.
*엄마: 하~ 점심 진짜 맛있겠다. 그치?
*아들: 왜?
*엄마: 이렇게 힘쓰고 땀 빼면 배고프잖아.
*아들: 나 아침 먹었어.
*엄마: 곧 점심인데 ~
*아들: 배 안 고파.
*엄마: 등산하고 밥 먹으면 더 맛있다니까?
*아들: 됐어.
*엄마: 맛있는거 해줄게 ~
*아들: ...
아주 찬바람이 부는 대화죠? 대화를 살짝 듣고 보니, 아들이 심술난 것 같았어요. 엄마는 살짝 풀어주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억지로 산에 끌려 와서 심통난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곱게 나오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나의 상황, 나의 감정을 우선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억지로 긍정적인 반응만 쥐어짤 수는 없으니까요. 정 힘들면 상황을 말하고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나을 수 있어요.
이와 반대로, 긍정적인 반응은 말하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줍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는 세 명의 스토리텔러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 주는 패널들이 있어요. 그렇게 패널들을 배치하니 스토리텔러들은 더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울고 웃는 패널들의 반응에 더 맛깔나는 이야기가 전개되곤 해요. 특히 리액션 좋은 몇몇 게스트는 반복 출연하기도 합니다. 화자가 신이 나니 그 이야기를 듣는 시청자도 실감 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부정적 의도를 전하는 반응을 제외하고, 호감 가는 반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비언어적인 표현 적극 활용하기. 비언어적인 표현으로는 눈빛, 표정, 몸짓, 손짓 등이 있습니다. 눈빛만 봐도 저 사람이 내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지, 다른 생각하고 있는지, 지루한지 알 수 있다고 하죠.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눈을 마주치며 들어주는 태도 중요합니다. 살짝 미소까지 지어주면 더 좋죠. 상황에 따라 걱정스런 표정으로 공감해줄 수 있고요. 몸짓 중에서도 시계를 자주 만지작거린다 거나, 스마트폰을 오래 들여다 보는 행동은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볼 일이 있으면 살짝 언급하며 양해를 구하는 것이 낫습니다. 대표적으로 팔짱을 끼는 자세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방어적이거나 거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화자가 말하기 불편할 수 있어요. 나도 모르게 화자를 압박하면, 긍정적인 듣기가 되기 힘듭니다. 조심조심!
둘째, 무조건적인 공감하기. 부부관계를 다루는 예능 콘텐츠가 많이 있죠. 그 중에서 <신랑수업>이란 예능에서 흥미로운 것을 하나 보았어요. 아내와 싸우지 않는, 남편의 대화 꿀팁이라는 내용이에요. 이름하여 복붙 대화법!ㅋㅋㅋ
아내: 옆집 승화 엄마가 분리수거 안 했다고 뭐라고 하는 거야!
남편: 왜 비닐 안 뺀 걸로 엄청 뭐라고 해?
아내: 아니, 백화점에서 환불을 안해주는 거야 ~
남편: 백화점에서 왜 환불을 안 해 줘~?
아내: 굽이 높아서 발아파 죽겠어 ~
남편: 굽이 높아서 발이 아프구나 ~
요것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오은영 박사님표 공감 반응! "그렇구나~, 그랬구나~"를 시전합니다. 제 지인 중에 한 분은 "내 말이~"를 자주 활용해요. 좀 습관적이긴 한데, 맞장구치는 방법으로는 효과가 높아요. 너의 말이 내 말과 같다는 무한한 지지의 선언이니까요. 저는 "대박!", "헐!" 등의 짧은 감탄사도 자주 활용합니다. 지지까지 힘들면 간단히 "음~ 그래~" 등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요. 적어도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ㅎㅎㅎ
셋째, 능동적으로 질문하며 듣기. 여기서의 질문은 딴지를 거는, 비판적인 질문이 아니라 들으면서 상대방을 더 고무시키는 전략입니다. 화자가 이야기를 술술 꺼낼 수 있는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 다음에는?" 등으로 다음 이야기를 유도할 수 있고요. 감탄의 의문을 섞어 "진짜로?", "정말?" 등으로 대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습니다. 정말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살짝 놓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된거야?", "내가 이해를 못 한 것 같은데, 다시 설명해줄 수 있어?",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내가 이해한 게 맞어?" 등등 쿠션어를 살짝 섞어서 질문하면 친절한 대답이 돌아올 겁니다.
넷째, 화자의 실수 덮어주기. 누구나 말을 하다가 실수를 할 수 있어요. 허세 가득한 말을 뱉을 수 있고, 잘못 알고 있던 정보를 툭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감정상 우기기도 할 수 있죠. 그때 콕 그 부분을 짚어서 상대방을 찍어 누를 필요 없습니다. 화자가 어떤 숫자를 잘못 말하고 누군가에게 지적 받았을 때, "나도 숫자는 진짜 헷갈리더라~" 이런 반응 한번 해주면 그 사람도 부담 없이 실수를 인정합니다. "그것도 몰라?",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어?"와 같은 공격적인 반응은 갈등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거 외우는 사람이 더 신기하네~", "그 부분 진짜 헷갈리지?" 등등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세요. 포용적인 듣기의 태도는 관계에서 중요합니다.
다섯째, 키워드 기록하며 듣기. 특히 업무 중 호출이 있다거나, 회의 중이라면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저는 상사의 호출에는 꼭 수첩을 함께 들고 다닙니다. 정 힘들면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활용하고요. 누군가는 집중력이 흩어진다고도 해요. 하지만 다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록하는 것이라 충분히 가능합니다. 조금만 연습하면 돼요. 우선 제대로 듣겠다는 마음가짐을 셋팅하는데 좋고, 나중에 다시 봐도 기억이 나서 좋아요. 청각 정보는 쉽게 휘발되기 때문에, 그때는 알 것 같아도 나중에는 가물가물합니다. 덤으로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화자가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하니,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