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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다은 May 05. 2024

4. 선택과 행동 : '갈등'의 눈동자에 치얼스!

스토리텔링 9단계 구성 실전


스토리텔링은 내 인생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경로를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다. 인생 서사는 경로를 이탈한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구성의 2단계에 해당하는 ‘삶이 주먹을 날릴 때’가 경로 이탈 지점이다. 구성의 1단계에 해당하는 ‘보통의 일상’에서 설정해 놓은 내비게이션은 최단 경로로 다시 돌아올 길을 안내하기 바쁠 것이다. 하지만 서사의 내비게이션은 이전과는 다른 길을 안내한다. 경로를 이탈해도 괜찮으니 새로운 길로 가보자고, 다른 풍경을 만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삶이라는 여정에는 최단 경로가 우선 순위는 아니라고, 내 삶의 운전대를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면 말해준다. 운전대를 잡은 주인공은 낯선 길로 접어들어 새로운 세상과 ‘만나볼 결심’을 한다. 1막 끝에서 구성점⓵을 통과해서 2막에 진입한다.


서사 3막 구조에서 1막은 설정, 2막은 갈등, 3막은 해결이다. ‘갈등’이라고 쓰고, ‘갈망’이라고 읽는다. 갈망이 있어 갈등도 있다. 원하는 만큼 힘든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힘들기로 한다. 힘든 만큼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 얻지 못한다면 또 힘들 것이다. 여전히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갈망하는 만큼 다시 갈등한다.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것과 삶이 나를 통해 원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전에 없던 것을 얻을 것이다. 그렇게 갈망과 갈등 사이에서 흔들리며 내 인생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발명하는 과정이 2막이고 스토리텔링이다.


2막은 내 일상을 뒤흔든 사건 이전과 다른 나를 만나볼 결심을 하고, 새롭게 갈망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선택과 행동을 해나가는 구간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렵게 하는 것이 장애물이자 빌런이다. 원하는 목표가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 주인공인 나는 힘들지만, 그 이야기를 팔로우하는 독자나 관객에게는 흥미롭다. 인생 서사 9단계 글쓰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내 인생 이야기를 9단계로 재구성해 보는 과정이다. 현재진행형으로 겪을 때는 고통스러웠던 과거도 회고를 통해 한편의 이야기로 재구성해 가면 새로운 의미를 추출할 수 있다. 갈망하는 것이 확실하면 그것을 방해하는 빌런의 존재도 명확해 진다. 나를 알고 타인을 알면 그 삶은 이해가 된다. 삶의 진정한 승자는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람이 아닐까. 스토리텔링이 안내하는 방향은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삶을 기꺼이 수용하며 이전과 달라진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구성의 9단계를 4단계로 압축할 수도 있다. 서사의 3단계(1막, 2막, 3막)에서 2단계 갈등부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면, 4단계가 된다. 1(설정)+2(갈등)+1(해결). 1막-2막 전반부-2박 후반부-3막. 2막의 전반부는 내가 갈망하는 것을 향해 달려간다. 2막의 전반부와 후반부 중간인 대전환점(터닝 포인트)를 지나 2막 후반부에는 내가 갈망하는 것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짚어보고, 삶을 통과하며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달려가는 구간이다. 여기서는 2막의 전반부를 설명한다. 2막에 접어든 주인공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지만 아직 확신이 없기도 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도 제대로 못 찾고 있다.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상황을 선택했지만 아직 각성이 덜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막 초반에는 주인공이 행동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반응에 가깝다. 마음 같아서는 언제든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익숙하지 않는 새로운 상황에서 도망갈 구실을 찾고 싶다. 하지만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에피소드를 겪고 나서부터는 적극 행동한다. 자신도 더 이상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시점부터는 적극적인 빌드 업 구간이다.


“더불어 살아가며 아이도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와 공동체 마을을 찾아 이사했다. 첫째는 초등 방과후에 속하는 도토리 마을 방과후, 둘째는 공동육아를 하는 성미산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두 돌봄 기관은 모두 부모 협동형 조합이었다. 돌봄 기관에 아이를 맡기를 이용자 관점이 아니라, 아이와 교사와 부모가 삼 주체로 소통하며 교사와 부모가 같은 조합원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아이와 어른이 동등하게 평어를 쓰고, 어른들은 서로 나이와 직업을 묻지 않았으며 이름 대신 별명을 불렀다. 웬만한 동식물은 아미 다 별명으로 쓰고 있어서 약재 종류로 별명을 지었다. 남편은 가시오가피의 ‘오가피’, 나는 적하수오의 ‘하수오’.”

-<돌봄과 작업2>, p.113-


나의 양육 서사에서는 ‘만나볼 결심’으로 공동육아를 찾아 이사를 했다. ‘황다은’이라는 이름을 잃고 ‘엄마’라는 정체성에 힘겨워하던 1막을 지나,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목표를 안고 ‘하수오’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장착하고 2막을 시작했다. 2막의 목표는 공동체 마을 안에서 공동육아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2막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구성의 4단계, 선택과 행동’ 구간은 다시 두 개로 나뉜다. 신입 조합원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동육아를 배워하던 구간과 조합원 2년차이자 운영진으로 공동육아의 가치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구간으로. 전자는 내 선택에 대한 반응이었다면, 후자는 선택에 대한 더 극적인 행동이었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가 이상향은 아니다. 어떤 공동체든 갈등은 있다. 공동체가 다른 점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로 정해진다. 그 역시 스토리텔링과 같다. 사건이 나를 변화시키지 않고 사건 이후의 내 선택과 행동이 나를 변화시킨다.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갈등은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갈등 안에서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것인가를 공동육아와 공동체 안에서 배웠고 이전과 나와 다른 나를 만났다.


공동육아와 공동체 조합원으로 8년을 활동하고 졸업했다. 아이들을 키우러 왔다가 어른들도 같이 자랐고 돌봄이 내 아이의 양육만을 의미하지 않고 우리 삶을 지탱하는 중추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표적인 그림자 노동인 돌봄 노동에 조명이 닿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스토리텔링이라는 도구가 시청률 높은 드라마와 흥행하는 영화 설계도를 만드는 일로만 쓰이지 않고, 나와 이웃들의 삶을 해석하고 구성하는 도구로도 활용되면 좋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갈망과 갈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갈등과 눈을 맞추고 갈등의 눈동자에 맺혀 있는 나의 갈망을 바라보자. 갈등의 눈동자에, 치얼스!   



삶을 위한 스토리텔링 안내자를 자처하지만 나 역시 지금도 갈등에 휘청인다. 갈망에 휘청인다는 말이 더 맞다. 공동체 마을에서 9년 째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갈등 앞에서는 힘겹다. 하지만 이제는 갈등을 들여다 볼 줄 안다. 갈등 상대가 아니라 갈등이라는 상황을 보려 한다. 그리고 내 안의 욕망을 들여 본다. 같은 갈망을 붙잡고 갈등을 지속하고 싶은지 되묻는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인생 2막을 노련하게 통과해서 이상적인 3막을 완성하는 게 아니다. 여전히 넘어지고 무너진다. 인생에 완전한 3막 구조는 없다. 하나의 2막을 통과하고 나면 또 다른 2막이 시작될 뿐이다. 갈등에 얽매여 완성을 갈망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미완이거나 더 나은 실패에 도착하고 싶다. 그러므로 기꺼이 갈등한다.


내 삶은 나라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타인의 삶도 그렇다. 그들도 저마다의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다. 나와 똑같이 그들도 갈망한다. 갈등은 피하지 못한 우연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내 인생 이야기의 주인공이면서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조력자로 때로는 적대자로 살아가는 여러 겹의 이야기를 수용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니 삶이라는 여행에서는 갈등이 기본 값이다. 경로 이탈이 곧 여정이다. 다음 경로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은 내 인생 서사 구성의 9단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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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서사 구성 4단계]


4. 2막-전반부 (선택과 행동)

1막에서 결정적인 사건을 겪고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된 주인공이 이전과 다른 선택과 행동을 해 나간다. 새로운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도전하고 조력자와 협업하고 장애물(빌런)을 만나 싸운다. 주인공으로서 빌드 업이 되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나요.

-조력자는 누구였나요. 어떻게 협업했나요.

-빌런은 누구였나요. 어떻게 충돌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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