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9단계 구성 실전
3막 구성에서 2막의 중간점에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있다. 이 지점을 기준으로 2막의 전반부와 2막의 후반부로 나뉜다. 1막의 끝과 2막의 끝에 위치하는 플롯 포인트(plot point)가 플롯의 전환점에 해당한다면, 2막의 중간에 위치하는 터닝 포인트는 서사의 핵심 갈등 구간인 2막 안에서 주인공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성에 전환점을 맞는 지점이다. 말 그대로 주인공에게 중대한 전환점이며 2막 전반부의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며 2막 후반부로 넘어가게 한다. 대니 샤프로가 말한 ‘한 발짝 물러나’ 현재 위치를 재점검 하는 구간이다.
남편과 그의 각본가 친구는 ‘2막의 문제’를 종종 이야기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중반부'의 문제다. 고전 희곡에서 구조는 3막으로 나뉜다. 1막에서는 탁월한 전제가 형성된다. 3막은 전율을 일으키는 결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중반부는 오로지 실행의 기술에 달려 있다. 당신은 인물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 그들의 행동이 내면의 삶을 드러내고 있는가? 그들의 행동은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의미가 있나?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나? 아니면 교착 상태인가? 중반부에는 형식과 의식(conscr-ouncs)이 필요하다. 답답하고 늘어지는 임의성의 진창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삶의 중반부에 들어서면 안목과 규율이 필요하듯 이야기의 중반부도 그렇다. 우리는 한 발짝 물러나 어디에 있는지 살펴본다. 만들고 있는 형태에 대해 생각해본다.
-대니 샤프로,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2막의 중간점이나 서사의 대전환점인 터닝 포인트 역할을 설명하려면 ‘2막’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막은 갈등 구간이다. 1막의 사건을 통해 주인공은 새로운 목표를 갖고 2막으로 넘어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과 행동을 하며 2막의 전반부를 달려왔다. 그대로 2막의 후반부를 달린다면 그것은 성장과 변화의 서사가 아니라 반복이다. 2막의 후반부는 다른 방식으로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자면 터닝 포인트, 대전환점이 필요하다.
“인생 2막 전반전을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는 이제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부정하고 싶을 순 있다)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고 가는 걸음으로
당신 인생 이야기에 도착할 것이다. (긍정하고 가자)
삶도 그렇고 글도 그렇다.
-황다은, <삶이 주먹을 날릴 때>-
1막에서 불시에 ‘사건’이라는 주먹을 맞고 휘청거렸던 주인공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볼 결심을 한다. 2막으로 접어들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과 행동을 이어간다. 이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만나고 넘어지고 깨지며 단련한다. 새로운 목표에 닿을 노하우들을 알아갈 때 즈음에 터닝 포인트(대전환점)를 만난다. 내가 만나러 가려던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2막 전반전에서 익혀온 방식이 최선인지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터닝 포인트에서는 일단 멈추고 재정비하는 지점이다. 영점 조준(정밀한 사격을 실시하여 소총 따위의 조준점과 탄착점이 일치하도록 가늠자와 가늠쇠를 조정하는 일)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는 타이밍이다. 2막 전반전에는 시행착오가 호용된다. 하지만 터닝 포인트에서 숙고 끝에 얻은 정확한 목표를 향해 또 한 번 도전 할 때는 영점 조준을 하고 서사의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을 삶이 나에게 날리는 주먹이라고 비유해서 <삶이 주먹을 날릴 때>라는 작법 에세이를 출간했다. 글쓰기 강의와 작법서 기록은 작가 인생 서사에서 2막 전반과 후반을 나누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2막 전반부에서는 직업으로서 스토리텔러로 인정받기 위해 달려왔다면, 터닝 포인트를 지나 2막 후반부에서는 전문 스토리텔러이자 삶을 스토리텔링하는 안내자로 일과 삶이 일치하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생애 주기에서도 대전환점을 맞이했고, 작가 인생 서사에서도 터닝 포인트를 지나고 있다. 잠시 멈추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향해 영점 조준을 해 보자.
초등 3학년, 초등 1학년 형제가 등교하는 아침 9시부터 학교가 끝나고 방과후에서 지내다가 귀가하는 오후 6시까지, 오롯이 내 시간이 생겼다. 꿈같은 현실이 비로소 품에 들어온 것이다. 이제 오롯이 글만 쓰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예상 못한 반전이 있었다. 엄마가 된 이후로 그토록 기다려 왔던 ‘혼자만의 시간’이 도래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중략)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엄마’라는 정체성을 육아 10년을 채운 뒤에야 비로소 인정했다. 마을 안에서 아이와 어른이 더불어 놀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일상의 경험을 작업으로 연결하고 싶었다. 일과 일상을 양자택일로 나눌 수 없었다. 돌봄과 작업의 공동 연출이 내가 원하는 스토리였다.
-황다은, <돌봄과 작업2> 경력 단절이 아니라 심화 과정이 된 시간-
양육 서사에서도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양육 서사 2막의 전반부는 ‘작업과 돌봄’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목표였다. 더 솔직히 말하면 돌봄을 줄이고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자원을 확보하고 싶었다. 가정 안에서만 해결할 수 문제가 아니라 판단해서 공동육아를 선택하고 공동체 마을로 이사를 실행했다.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작업의 시간을 온전히 얻었지만 이내 깨달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작업의 회복과 동시에 돌봄의 지속이었다. 일과 일상, 작가와 양육자, 작업과 돌봄의 공존이었다. 새로운 목표는 또 터닝 포인트를 만날 수 있다. 양육 서사에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머지않아 성인이 될 것이고, 내 작업 여건도 여러 변수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양육 서사에서 과감한 터닝 포인트를 자신에게 선물한 주인공이 있다.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의 저자 ‘조안 앤더슨’이다.
전형적인 중산층 4인 가족이 있다. 장성한 자녀 둘이 대학생이 되어 독립해 나가고, 남편은 정년퇴임을 한다. 더 이상 큰 집에서 살 필요가 없어서 이사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사 짐 트럭이 2대가 온다. 남편은 의아해서 아내를 돌아본다. 아내는 따로 챙겨 놓은 자신의 짐을 트럭 하나에 싣기 시작한다. 남편은 자신의 짐은 아내와 같은 트럭에 실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2대의 트럭에 각각 짐을 챙겨 각각의 삶을 살기로 한다. 2대의 이사짐 트럭은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간다. 인생 2막 전반전은 가족을 위해 살아간 아내(저자)는 전환점(자녀의 독립, 남편의 정년)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 2막 후반전을 선택한다. 결혼에 묶인 삶에서 독립적인 삶으로, 4인분의 삶에서 1인분의 삶으로. 저자는 바닷가 마을에 자리를 잡고 최소한으로 노동하고 소비하며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쓴다. 그리고 글을 쓴다.
-황다은, <삶이 주먹을 날릴 때>-
자, 일단 멈춘다. 숨을 고른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짚어본다. 다가올 미래를 향해 영점 조준을 해 본다. 당신 인생 서사를 반으로 접어 양쪽을 글로 채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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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서사 구성 5단계]
5. 터닝 포인트/ 미드 포인트/ 대전환점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가면서, 지금까지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각을 튼다. 예상치 못한 감정이나 질문이나 각성으로 새로운 전개로 나아간다. 지금까지 달려 온 목표가 바뀔 수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게 되고,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이제껏 욕망했던 것과 다름을 알게 된다.
-당신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인가요.
-전환점을 인지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나 목표가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