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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다은 Apr 29. 2024

2. 결정적 사건 : 삶이 주먹을 날릴 때

스토리텔링 9단계 구성 실전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


삶이 주먹을 날려 오는 순간이 있다. 강펀치를 맞고 나면 가치관이 흔들리고 일상이 무너지고 관계도 휘청인다. 삶이라는 링 위에 날아드는 주먹을 스토리텔링 용어로 ‘사건’이라고 부른다. 삶은 사건을 만나고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건이라 이름 붙이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일어난 일이고 스쳐간 과거이다.



삶을 돌아보자. 주먹이 날아 왔던 순간이 떠오르는가. 삶이 날린 주먹을 맞고 당신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가. 당신은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의 주먹을 맞았는가. 어떤 유형의 주먹에 유독 약한가. 지금 이 순간도 주먹의 여파로 무릎이 꺾이고 있는가.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가.


내가 기억하는 가장 큰 주먹은 ‘출산과 육아’라는 사건이었다. 부모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육아서를 읽고 엄마가 될 미래를 준비했으나, 출산과 함께 펼쳐지는 현실의 주먹을 맞고 제대로 휘청였다. ‘출산과 육아’라는 사건 이전과 이후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럴싸한 계획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답 없는 현장이었다. 이 불합리한 링 위에 스스로 올라왔다는 것이 가장 기가 막혔다.


“출산과 육아는 분명 내 선택이라고 생각했으나 내 선택이 아니라는 자각이 왔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교육받고 사회화한 결과였으니, 내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선택이었다. 남편이 밉기보다는 결혼제도가 미웠고, 가부장제의 전형을 충실히(!) 살아가는 내 자신이 누구보다 미웠다.”


<돌봄과 작업2>, 「경력단절이 아니라 경력심화 과정이 된 시간」, p.108


-주인공에게 보통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일이 벌어진다.

(설명이 필요 없다. 출산과 육아는 한 여자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사건으로 주인공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엄마’라는 이름의 주양육자가 된 여성에게 이 사회는 이전의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주인공은 혼란을 겪는다.

(똑같이 부모가 됐는데 왜 ‘아빠’와 ‘엄마’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가.)


-무언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감지한다.

(사회는 나를 ‘경단녀’라고 부르지만 나는 일을 멈춘 적도 멈출 계획도 없었다.)


스토리텔링은 삶이라는 링 위에서 꺾이지 않고 스파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주먹이 날아온다

-맷집을 키우고 반격을 준비한다

-더 큰 주먹이 날아온다

-최후의 힘을 끌어 모아 마지막 한방을 날린다.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전과는 다른 나를 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 주먹이 날아와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이전의 나와는 다른 선택과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의 경우는 ‘출산과 육아’라는 주먹을 맞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양육 서사를 내 의지대로 써내려 갔다.


-주먹이 날아온다 (출산과 육아라는 사건)

-맷집을 키우고 반격을 준비한다 (공동 육아)

-더 큰 주먹이 날아온다 (돌봄과 작업 사이에서, 다시 고민)

-최후의 힘을 끌어 모아 마지막 한방을 날린다. (돌봄의 재발견)


우리의 삶에 날아온 주먹은 우리에게 할 말이 있어서 날아든 것이라고 믿는다. 주먹을 피하든 반격을 하든 일단은 주먹을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 사건과 눈을 맞춰야 한다. 사건이 내 삶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이 내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났다." (은희경)


자, 이제 인생 서사에 도착하는 글쓰기 2단계를 써보자. 평온한 일상(구성1단계)에 강펀치를 날린 사건을 떠올려 보자. 그 일로 당신은 어떻게 흔들렸는가. 무엇을 잃었는가. 얼마큼 힘들었는가.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이었는가. 삶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질 때 당신이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무엇인가. 다시 돌아간다면 날아드는 주먹을 똑바로 보고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생각은 오래 하지 말고 일단 쓰자. 삶은 편집과 퇴고가 불가능하지만 회고와 글쓰기는 언제나 수정 가능하다. 맘 편히 써 보자. 글을 쓰는 동안에는 얼마든지 주먹을 멈춰 세울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다. 내가 선방을 날릴 수도 있다. 건투를 빈다. 건필을 빈다.


--------------------------------------------------------------------------------------------(쓰는 중)------------------


[인생 서사 구성 2단계]


2. 사건의 발단 (결정적 사건)

주인공에게 보통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일이 벌어진다. 이 사건으로 주인공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주인공은 혼란을 겪는다. 무언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감지한다.


-당신 인생의 결정적 사건은 무엇입니까.

-이전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았나요.

-사건을 겪고 난 뒤 변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


얼룩소(alookso)에서 연재하는 <인생2막을 응원하는 글쓰기 워크샵> 9강을 읽어보면 스토리텔링 구성 응용편에서 4장으로 인생 서사를 정리해 보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출산과 육아라는 보편적인 사건으로부터 발생하는 개인의 인생 서사 키워드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https://alook.so/posts/G1t9Bb1?utm_source=user-share_51toyVo



참고 도서


<삶이 주먹을 날릴 때>_황다은

https://m.yes24.com/Goods/Detail/12587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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