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9단계 구성 실전
“나는 붕괴되었어요.”
이 영화 대사를 만난 이후로 ‘붕괴’라는 단어 앞에서 심장이 떨린다. 심장이 저릿하다는 말이 맞겠다. 내 심장의 정확한 위치를 짚어 준 영화 <헤어질 결심>은 제목부터 남달랐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두 주인공이 헤어지기로 결심하는 줄 알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이들은 헤어지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에게 영원한 미제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사랑의 공소시효도 무력하게 만든다. 좋은 영화는 극장을 나오면서 다시 시작되고. 몇 번이고 재생된다. <헤어질 결심>이 그랬다. 도무지 이 영화와는 헤어질 수가 없다.
‘붕괴’는 앞서 다룬 구성의 7단계로, 주인공이 거의 다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최악의 지점을 뜻한다. 제대로 잃어야 제대로 얻듯이, 붕괴되어야 이전의 나와 헤어질 수 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기 때문에 이제 새롭게 얻을 일 뿐이다. 잃을 게 없을 때 제대로 덤빌 수 있다. 시나리오 닥터 폴 치틀릭은 이 단계를 ‘최후의 도전’이라고 했다. 최후의 도전은 전부를 건 도전이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을 때 전부를 걸 수 있다. 이전의 나, 이전의 삶으로부터 확실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는 단계가 바로 구성의 8단계이다. 이제 정말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단계에서 주인공에겐 두려움 따위 없다.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이 주인공을 응원한다. “위험이 있는 곳에는, 구원의 힘도 함께 자라네.”
등용문(登龍門). 중국 황하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이 물살이 매우 거세어 이곳을 거슬러 오른 물고기는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용이 된 주인공은 특출난 능력으로 단 한 번에 등용문을 통과한 것이 아니다. 거센 물살에 못 이겨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물고기라서 용이 된 것이다.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모든 힘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도전하면 비로소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된다. ‘붕괴(low point)’만 있고 ‘최후의 도전’이 없다면 인생 서사는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최악을 연습하는 중이라고 생각해 보자.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가 바로 그토록 기다리던 기회일 수 있다. 전부를 걸고 협곡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자.
비인가 돌봄 기관에서 일하는 선생님이자 돌봄 노동자인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존재와 수고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제작하고 선생님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 출간을 추진했다. 극장 개봉과 함께 멀티플렉스 포함 전국 40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다양한 언론 매체 취재와 인터뷰가 집중되었다. 32회차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하며 뜨거운 공감대를 만들었고, 국회 상영과 간담회로 초등 돌봄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황다은, <돌봄과 작업2> 경력 단절이 아니라 심화 과정이 된 시간-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그림자 노동을 해 온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을 사회적으로 호명하기 위해 책을 만들고 다큐를 찍으려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가 다가왔다. 학교도 문을 닫을 때 마을 방과후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긴급 돌봄 체제로 전환했다. 팬데믹으로 장기화된 돌봄 공백을 메꾼 것은 보이지 않는 필수 노동을 해 온 존재들이었다.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은 위기 속에서도 자신들의 소명을 멈추지 않았다. 돌봄의 최전선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며 책도 쓰고 다큐 촬영도 이어갔다. 책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와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속에는 인류가 함께 겪은 코로나19라는 ‘붕괴’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온 선생님들의 돌봄 서사가 담겨 있다. 그 덕분에 국회 상영과 간담회를 거쳐 부모협동형 마을 방과후도 돌봄 기관의 한 형태로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 개정까지 실현했다.
삶은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주먹을 날리지 않는다. 위험을 피하고 맷집을 키우는 방법을 찾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의지를 키우라고 주먹을 날린다. 삶은 우리는 주저앉히려고 막다른 길로 안내하지 않는다. 막이 다른 길을 보여주려고, 가짜 욕망에 쫓기며 달려온 걸음을 멈춰 세운다. 이제 우리는 이전의 나와 헤어질 결심만 하면 된다. 원하지 않는 반복은 막다른 길에 버려두고 가장 원하는 삶을 향해 새로운 막을 열자.
전부를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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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서사 구성 8단계]
8. 최후의 도전/ 절정 (헤어질 결심)
주인공은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 앞에 와 있다. 한껏 독이 오른 빌런과 최대 격전을 펼칠 준비를 한다. 주인공도 지금껏 달려왔던 목표를 향해 전부를 건다. 그 동안 경험으로 얻은 기술과 지혜, 연대를 통해 마지막 승부를 던진다. 그야말로 절정의 대결이다.
-당신 인생의 최후 도전은 무엇인가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한 없이 맞붙고 싶은 대상은 누구/무엇인가요.
-최후의 도전을 위해 아껴둔 히든 카드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