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성급히 따스함을 기다린다. 계절로 따지자면 봄을 기다린다고 하면 될까.
기온이 내려가면 하루가 슬로 모션처럼 느리게 간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초침이 게으르다. 그러니까 가을정도의 알싸함까지는 괜찮지만 겨울이 곧 오겠구나 생각하면 마냥 달갑지 않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겐 겨울은 오롯이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봄, 여름, 가을은 계절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퍽 크지만 겨울은 그렇지 않아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섭리를 생각한다. 씨앗이 중력을 거스르고 싹을 올려 보내는 것도 경이롭고, 알아서 잎을 말려 떨구는 나무는 존경스럽다. 하나는 중력을 거스르고 하나는 중력의 힘에 따른다. 나는 태생적으로 마음이 강퍅한 사람인데, 정해진 힘에 어긋나게 사는 것도, 좇는 것도 섭리라고 생각하면 아주 마음이 편해진다.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생물체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추운건 싫지만 그냥 참고 기다리자는 다짐이다. 별말 없이 나를 기똥찬 방법으로 설득하는 유일한 존재는 자연이라는, 뭐 그렇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