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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Aug 26. 2023

미국 학교, 뭐가 좋냐 물으신다면

일 년밖에 안 다녔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시작한 미국 공립학교 학부모 경력이 2년 차로 접어들었다. 가끔 미국 학교 좋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서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 간의 유대

아이가 다닌 킨더는 다섯 반이 있었는데 하루에 세 번 리세스 시간이 있고 굵직굵직한 활동은 킨더 전체가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아 친구의 범위가 조금씩 늘어났다. 다른 학년과의 교류도 꽤 있었는데 킨더이다 보니 주로 상급생들이 여러 가지 활동을 도와주었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할 때 3학년 선생님 요청으로 그림책 스무 권을 골랐던 날이 두세 번 있었는데 물어보니 킨더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이라고 하셨다. 나중에 아이에게 들으니 언니오빠들이 가끔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1월부터는 킨더부터 5학년까지 학생들을 한 명씩 묶어 그룹활동을 시작했다. 졸업생이 나가면 신입인 킨더생이 들어가고 이 그룹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모여 함께 책도 읽고 만들기도 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활동도 한다.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리더십도 배우고 건강하게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긴 수업시간

아이가 다니는 교육구 초등학교는 9시 등교 - 3시 40분 하교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수요일만 1시 반에 끝난다. 교육구마다 운영정책이 다른데 어떤 학교는 8시에 등교하기도 하고, 같은 교육구 내에서도 초등/중등/고등학교 등하교 시간이 다르다. 자녀가 여럿인 경우 라이드 또는 스쿨버스 시간을 고려하면 당연한 시스템인 것 같다. 일찍 등교하는 학교에 입학한 킨더 아이가 스쿨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면 7시 전에 스쿨버스를 타러 나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등교 시간은 다 다를지라도 학교에서 대략 일곱 시간 정도를 보내고 오는 건 동일하다. 바꿔 말하면 부모에게도 그만큼의 개인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땐 부모가 집에서 키우거나 2~3천 달러를 매달 내면서 프리스쿨에 보내야 하는데, 일단 공립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곱 시간을 무료로 맡아주니 다들 그날을 기다린다. 꼬꼬가 다니는 학교는 교내 Before/After school을 신청하면(유료) 6시 반에 등교해서 6시에 하교하는 게 가능하다. 교내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한 경우 외부 학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고 학원 버스가 학교로 와서 아이들을 데려간다. 하교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보면 반 정도는 이런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 친구네 집을 보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2시 반~1시 반에 하교를 한다. 운이 좋으면 방과후수업을 신청하여 다섯 시 정도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고, 운 없고 조부모 찬스마저 없는 맞벌이 가정은 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한 부모가 휴직하거나 아이가 다니는 학원 개수를 대폭 늘린다고 한다. 대신 한국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지원이 많으니 유치원까지는 한국에서 다니고 일학년부터 미국에서 다닌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교육의 질은 차치하고) 아주 이상적일 것 같긴 하다.


열린 학교

교내 자원봉사 기회가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아이의 학교생활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는 이민자 가정이라면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 아이의 학교 적응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런치룸 봉사를 하면 매일 점심시간에 아이를 만날 수 있고, 수업시간 도우미를 하면 아이의 수업활동을 볼 수 있고, 리세스 티처를 하면 아이가 누구와 어울려 어떻게 노는지 파악할 수 있다. 소풍에 따라가 사진사를 자처해도 되고,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정리하면서 가끔 내 아이와 눈 맞춰도 되고, 컬처 클럽이나 아트 클럽에 소속되어 관련 이벤트를 지원할 수도 있다. 미국 교육체계를 경험해보지 못해 고조됐던 나의 불안도 주기적인 자원봉사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워낙 학부모 자원봉사가 활발하다 보니 왜 우리 아빠는 학교에 안 오냐고 묻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학기마다 한 번은 온 동네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파티가 열리는 것도 인상 깊었다. 보통은 학교에 출입하려면 신원조회를 거쳐 인증을 받은 뒤에야 가능한데 이런 이벤트에는 학교를 활짝 열어 이 커뮤니티와 함께 자라는 학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이가 학교 가는 걸 매일매일 기다리고 아파서 빠져야 하는 날이면 슬퍼하는 것.

사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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