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보니 좋더라
Because you like a bear!
선생님이 Grizzly Bear 책을 꺼내시며 내가 왜 이 책을 가져왔을까 하고 물으니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꼬꼬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선생님이 곰을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선생님은 웃으며 다른 아이들의 대답도 들어보신다. 영상을 시청하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이 나오자 꼬꼬가 또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이 다가가 무슨 일이냐 물으니 저기 가봤다고 말한다. 드디어 우리 아이가 손 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9월 둘째 주에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도서관 이용 전반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며 자원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신청하라는 링크가 있었다. 교육구로부터 학부모 봉사자 승인(신원조회 포함)도 받은 상태라서 바로 신청했더니 트레이닝 날짜를 잡으라는 연락이 왔다. SignUpGenius를 통해 원하는 요일과 시간 및 반복 주기를 선택하고, 아이 학급의 도서관 시간에 반드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표시를 해서 제출했다.
9월 23일에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 도서관에 갔더니 열 명 남짓의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있었다. 청구기호 분류법과 특정 책들(시리즈, 추천서, Holiday 등) 분류법, 대출 및 반납, 예약 및 재대출, Playway 대출 주의사항 등에 대해 한 시간 정도 배우고 왔다. 도서관에 자주 다녀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 다행이다.
9월 27일 오후, 첫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반납된 책을 정리하다 보니 3학년 도서관 수업이 시작됐다. 서가에 책을 꽂다가 책 빌리는 시간이 되어 컴퓨터 앞에 서 있었더니 한 아이가 와서 묻는다. "한국 사람이에요?" 와, 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한국인인 거 어떻게 알았을까. 맞다고 했더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예의 바른 어린이 친구 덕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 곧이어 우리 꼬꼬네 반 수업이 시작됐다. "엄마!"하고 부르는 아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다. 대출카드와 책 한 권을 들고 빌리러 오는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이 귀여워서 마음이 푸근해졌다. 봉사활동 신청 잘했다 나 자신.
봉사활동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낯선 환경 속에 익숙한 엄마가 있으면 그 시간과 공간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의도대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그걸로 충분하다 싶다. 움츠려 있던 나에게도 작은 활력을 주었고, 아이들을 대하면서 더 많이 웃게 됐다. 얼마 전엔 사서 선생님 요청으로 월요일에도 봉사활동을 갔는데, 수업이 끝나고 한 아이가 와서 오늘 봉사활동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갔다. 나도 고마워 어린이들!
매주 아이의 도서관 수업을 참관하다 보니 아이의 변화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이 봉사활동의 장점이다. 처음엔 수업 듣는 것도 지루해 보였는데 점점 친구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더니, 11월에 와서는 드디어 발표도 했다. 이제야 아이가 원래 성격대로 지내는 것 같아 안심이다.
학부모 봉사활동의 기회는 아주 많다. 점심식사 도우미, 등하교 신호 정리, 놀이터 도우미, 행사(핼러윈, 필드트립, 팝콘데이, 북페어 등등) 도우미, 수업 도우미, 책 읽어주기 등 언제나 와서 도와주기를 바라고 또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영어가 필요 없는 것들도 많으니 여건이 된다면 꼭 참석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학교 PTSA 사이트에서 신청하거나, 담임 선생님이 따로 요청하는 봉사활동에 신청하면 된다. 남편은 얼마 전 Math Rotation 봉사활동에 다녀왔는데, 선생님이 준비한 게임을 아이들과 같이 하는 활동이었다고 한다. 아빠가 와서 아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말해 뭐하랴.
표지 Photo by ray sangga kusum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