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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도11_ 자이살메르(2)

낙타사파리 이튿날 & 자이살메르 호수

10일 차 - 자이살메르(2) 타르사막(낙타사파리 투어2) → 시내 관광(1)

다음날 새벽 6시 반쯤, 해가 떠오르려 할 때 단잠에서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일어나 보니 부지런한 목동 일행이 우리의 조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조용하게 불을 피우면서 요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목동은 내가 일어난 인기척을 느꼈는지, 짜이를 준비해 이렇게 내게 챙겨주었다. 따뜻하고 달달하며 짭조름한 짜이를 한 모금 마시니, 조금 쌀쌀했던 몸이 스르르 조금 녹는 것을 느꼈다. 난 짜이를 인도여행 몇 년 전 한국에서 지인이 연극을 할 때 맛본 적이 있는데, 그땐 그저 어렸을 적 먹어본 뽑기를 뜨거운 차에 달여 마시는 맛으로 느꼈다. 홍차 성분이 들어간 이 짜이는 한국의 커피믹스와 원래의 성분은 다르지만, 맛을 떠올리면 비슷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도 현지에 와서 쌀쌀할 때 이 한 잔의 짜이로 몸의 추위를 녹여주고 영양을 공급받으면서,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맛에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음식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며 이때 마신 짜이 한 잔의 값어치는 꽤 훌륭했다고 기억한다.

목동을 잘 따랐던 순한 낙타

꽤 거대했지만 귀여운 낙타를 만난 난 시크한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곤 했다

누룽지같이 조리된 음식, 식빵, 쿠키 등을 짜이와 곁들여 먹는 이곳 낙타사파리의 흔한 조식

그렇게 우린 다시 낙타를 타고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잠깐이지만 정들었던 내 낙타 '희랑타'ㅋㅋ. 고마워, 건강해!!

목동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맥주를 더 사주거나, 옵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들의 노고이므로

낙타사파리를 하러 갈 때와 돌아올 때 분명 기분이 달랐다. 갈 때는 엄청 들뜨고 신난 기분이었다. 사방이 사막으로 돼 있는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처음으로 낙타를 타고 모래 위로 거닐었었다. 이제 알게 된 좋은 사람들과 희락(기쁨과 즐거움)을 함께하기 시작할 땐, 엔도르핀이 꽤 상승해 다들 미소를 머금은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고 가벼운 장난도 치곤했다. 이 기분은 저녁을 먹고 맥주까지 내 뱃속에 들어간 후, 여기서 만난 미연 누님과 그녀의 자매 그리고 신재씨와 소소하게 대화를 나눌 때 더 올라갔던 거 같다. 새로운 곳에 와서, 안전이 확보된 편한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경계심을 풀고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리라. 사실 희락의 내용이 아니어도 희로애락 중 로애의 노여움과 슬픈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결국엔 속이 편해지게 된다. 그날 내 기억엔 노여움의 내용은 없었어도, 곧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는 슬픈(?) 이야기 등도 허심탄회하게 웃으며 공유했던 듯하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분명 힘이 있으며, 그날 멋들어진 보랏빛 하늘과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내 기분은 최고조에 이르렀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선, 아쉬움이 있던 한편 마음이 오히려 안정이 됐었다. 동쪽 끝 바라나시까지 갔다가 서쪽 끝 이곳 자이살메르까지 와서 계획한 낙타사파리의 미션을 해낸 성취감과, 좋은 사람들과 알게 된 그것들로써. 난 이 사람들을 만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최대한 잘 찍어주려 노력했고, 그렇게 그걸 다 보내드린 것이다. 그렇게 우린 더 가까워져선지 이 글을 쓰며 몇 년 만에 누님께도 연락을 드렸더니 반갑게 맞아주셔서 좋았다. 충무공군은 수능을 봤고, 스라양은 곧 수능을 본다고 하셨다. 스라 수능 대박 나길!


 당시 그런 마음의 상태로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12시 즈음이 되었다. 미연 누님 가족 및 신재씨와 아쉬움의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난 자이살메르에서의 나머지 이틀의 일정을 따로 보내기로 했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인도인 가지(Gaji) 씨가 운영하는 호텔

가지호텔의 옥상 전망. 오른쪽이 자이살메르성(Jaisalmer Fort)

식사 중인 인도 현지인들 / 점심으로 내가 먹은 커리와 난 세트

사파리를 마치고 난 이곳으로 따로 왔는데, 그 이유는 인도인 가지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부터 가지씬 한국에서 인도여행을 보여주는 방송에 출연해 여행자들에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다. 나 역시 여행정보를 찾다가 가지씨를 알게 되었고 그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단순히 그가 유명해서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만나 대화하면서 인도와 자이살메르 등을 더 잘 알고 싶었던 것. 어차피 자이살메르에서 하루 쉬고 가야 했는데, 그 사이 이미 톡으로 연락하고 있던 가지씨를 만나러 이 호텔까지 찾아갔던 것. 일정상 가지씨는 이날 밤인가 내일인가 만날 수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그가 왜 성공하고 있는지 문득 알 거 같다. 그 이유는 곧 만났을 때 일화에서 적기로...


 가지씨는 한식도 기가 막히게 요리하는 것으로 한국인에게 유명했는데, 솜씨가 좋을 거 같아 시켜본 저 인도 커리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요리사에게 레시피를 잘 공유해 줬을 것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숙소에서 3시간 반 동안 책도 보고 낮잠도 자는 둥 쉬다가, 인근에 있는 호수인 가디 사가르로 가서 일몰과 야경을 보고 오기로 했다.

가지호텔 직원이 오토릭샤로 태워다 주는 길

도보로 25분의 거리였지만, 가지씨의 직원은 가지씨에게 이미 말을 들었다며 나를 가디 사가르까지 태워주었다. 가지씨는 손님이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불편해하지 않게 편하게 서비스를 해줬던 것. 난 가지씨를 보지 않았어도 왜 그가 인기가 있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가디사가르로 들어가는 길

Steve, 내 닉의 팔찌를 아주 저렴하게 구매하니 너무 고마워했던 가족

가디 사가르 입구 정문인 듯
가디사가르; 가디사르 [ Gadi Sagar; Gadisar Lake ]
Gadaria Lake라고도 불리는 Gadisar Lake는 인도 라자스탄 주의 Jaisalmer 남쪽 지역에 있습니다. 이 호수는 인공 호수이며, Jaisalmer Fort(자이살메르성) 에서 약 1.5km 떨어져 있습니다. 이 호수는 한때 도시 전체에 물을 공급했다고 합니다. 현재 물은 Indira Gandhi Canal 에서 Gadisar Lake로 유입되어 절대 마르지 않습니다.

Salimeter 의 창시자인 Rawal Jaisal 왕이 1156년에 건축했으며 1367년경 Gadsi Singh에 의해 재건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찍이 '자이살라사르 호수'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재건 후 Gadisar Lake로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현재 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 호수에는 힌두교 신들과 여신들의 차트리스(Chatris)와 사당이 많이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 Gadisar Lake>

가디 사가르(Gadi Sagar). 낮부터 석양은 물론


혼자 여행 중인 나와 함께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준 인도인들

가디 사가르로 통하는 문과 계단은, 귀족인 마하라자 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었던 한 여인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그러나 그 '그리의 여인'인 그녀에게 왕의 총애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왕실 여인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크리쉬나 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용도가 변경됐다는 후문이 있다. <프렌즈 인도 네팔(전명윤, 김영남); 중앙북스>


 사방이 온통 사막인 자이살메르에서 이렇게 시원하고 탁 트인 호수가 있다니. 어찌 휴식을 취하지 않을 수 있으랴?! 여긴 5, 6만여명의 인구가 있는 이곳의 시민들이 애용하는 쉼터로 잘 알려져 있다고. 나 역시 이 주변에서 1시간 반 정도, 고요한 이곳의 풍경과 어우러져 앉아서 편히 쉬면서 차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후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7시 정도

자이살메르성의 야경

피곤해 바로 자고도 싶었지만, 이 성의 야경을 보고 어찌 그냥 잘 수 있었을까?! 술이 당기는 안주 배경이 아닐지!

개인 일정이 있던 가지씨와는 내일 보기로 했고, 그날 한국인 및 외국인 여행자는 옥상에 나만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도 난 곧 맥주, 그리고 파코라를 시켜 이 멋진 배경 그리고 한국 및 인도 여행 중인 친구들과의 연락을 또한 안주 삼아 즐겼다. 날씨가 더웠기에 시원한 맥주만으로도 괜찮았으나, 이 맛있는 튀김의 파코라와 또한 궁합이 훌륭했다!


 그렇게 자이살메르에서의 이튿날 난, 마음의 평안을 잡고 그날 밤도 생각보다 꽤나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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