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떨림
이론 수업이 끝나고 말을 직접 만나는 순간이 왔다. 지난 시간에 구매한 안전모를 쓰고 집에서 챙겨 온 흰 장갑을 끼고 말이 있는 마방으로 향했다. 두 명씩 짝이 되어 말고삐를 양쪽에서 잡고 마방에서 마장까지 끌고 오는 것이 수업의 시작이었다. 내가 탈 말이라는 설렘이 크긴 했지만, 말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 크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우리의 이끌림에 말이 걷기 시작했다. 말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편자(말굽에 대어 붙이는 ‘U’ 자 모양의 쇳조각-표준국어대사전)가 바닥에 닿으며 ‘타그닥’ 경쾌한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들으니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모래가 가득한 마장에 도착하자 말들을 일렬로 세우게 했다. 첫 번째 말부터 한 명씩 태우기 시작했다. 말을 데리고 왔던 사람 중 한 명은 말고삐를 잡아 말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한 명은 선생님이 가져오신 받침대에 올라 안장 위로 올라갔다. 첫날은 말을 타고 일렬로 동그랗게 걸었다. 그것이 (이론 수업 때 배웠지만) 평보였다.
첫 만남의 설렘도 잠시, 말에 올라타고는 생각지 못한 높이에 떨고 있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 말을 쓰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오늘 잘 부탁해.” 그제야 굳어있던 몸이 부드럽게 풀어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고삐를 양손에 잡고 팔은 직각으로 접고 몸통 옆에 붙였다. 등자(발을 껴 넣는 삼각형 모양의 고리)에 발을 1/3만 넣고 뒤꿈치를 내렸다. 발뒤꿈치에서 등, 머리까지 일직선이 되게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렇게 첫 승마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론과 다르게 말이 움직이자마자 내 몸은 균형을 잃고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지 걸었을 뿐인데, 몸통에 붙였던 팔은 들썩이고 직각으로 굽혔던 팔은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10분가량 탔을 뿐인데 말에서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거려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수업이 끝나고 수고한 말들에게 당근이나 각설탕 같은 간식을 줄 수가 있었다. 마방까지 말을 데려다주고는 준비해 간 당근이나 각설탕을 주는 것은 승마 수업의 또 다른 행복이었다. 다른 말들이 당근을 먹는 것을 보면 다른 방에 있던 말들이 문 위로 고개를 쭉 빼고는 달라고 발을 구르곤 했다. 그런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좀 전까지 큰 덩치에 겁먹었던 것도 잊고 “먹고 싶었구나~ 여기 여기. 많이 먹어. 아이고 귀여워라.” 하며 말을 토닥이게 된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말에게 당근을 줘보기를. 오도독 먹는 소리가 다른 ASMR 저리 가라 정도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모두가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교육생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수업 때마다 말을 위한 간식을 가지고 왔다. 수업이 끝나면 마방에 모여 말에게 간식을 줄 때 가장 화기애애했던 기억이 난다.
과천까지 먼 길이었지만 승마 강습이 있는 날은 늘 설레고 행복했다. 그렇게 난 내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