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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꽃 Oct 21. 2023

승마인이 되다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행운

 하지만 1990년대에 승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국민소득 2만 불 이상이면 골프, 3만 불 이상이면 승마를 즐긴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도 귀족 스포츠로 여겨지는 승마는 그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말을 탄다.’라는 나의 소망은 대학생이 되고서야 이룰 수 있었다. 컴퓨터학과를 전공으로 삼은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 막 보급되었던 인터넷 환경 덕분에, 마사회에서 말산업 발전과 승마 인구 확대를 위한 사업의 하나로 승마 강습을 무료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었다.      


  신청서를 내기 위해 과천 경마장으로 향했다. 수업이 없는 평일 낮에 4호선 지하철을 타고 경마공원역에서 내려서 경마장 입구를 지나 걸어 들어가던 그 길. 경마가 없는 날이라 아무도 없어 적막하기까지 했던 길을 지나, 깊이 들어가니 말을 타고 훈련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이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설렜던 그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무료 강습이다 보니 추첨이었다. 경쟁률이 높아 한 번에 된 사람은 (과장을 보태서) 복권 당첨과 비슷한 행운이 따라야 했다. 


  사무실까지 직접 가서 신청한 횟수가 세 번, 온라인 시스템이 도입된 뒤로도 몇 번을 떨어지고 나서야 드디어 승마 강습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끈질기게 도전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첫 강습 시간,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과 강의장에서 이론 수업을 들었다. 승마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이론적인 승마 자세 등 기본적인 설명을 듣는대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기승 복장은 편한 자유복이었지만 안전모는 필수로 사야 했다. 승마장 내에 있는 상점에서 5만 원짜리 승마용 안전모를 샀다. 그것이 나의 첫 승마용품이었다.      

  

  그렇게 승마인으로서 나의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출처 : 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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