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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nt Kim Apr 11. 2024

투표하러 3시간 반을 달려가다

유학생의 재외국민투표 Feat. 한식 먹는 날. 

유학을 나와있다 보면 '상대적으로' 한국의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해 멀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막상 그렇지는 않다. 각종 포털에 '친절히' 모아있는 뉴스만 잠깐 살펴보며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업데이트하는 것. 


(전) 정치학도로서 그리고 현 경영학자로서 제도의 형성과 사멸, 정치과정에 대한 지속적 관심은 어쩌면 끊을 수 없는 관심사다. 


하지만 나의 일상생활에서는 멀어져 있는 한국의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생각보다 노력을 요구하는 행위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재외국민투표를 등록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고,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사실 명확하지 않아서 쉽게 귀찮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언젠간 돌아갈 수도 있는, 그리고 내 가족이 살고 있는 나의 home country에 대한 관심, 그리고 투표는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상기한다. 


맘에 드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지만, 나름 ex정치외교학도로서 투표권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재외국민투표를 등록하고, 날짜에 맞춰 투표장소가 있는 애틀랜타로 향한다. 


여기서도 또 허들이 있다. 투표하기 위해 무려 3시간 30분을 차로 운전해서 가야 한다는 것. 게다가 지금은 바쁘디 바쁜 학기 중. 여기서도 또 몇몇이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투표 행위와 모티베이션을 연결해 본다. 바로, '한식 투어.' 내가 사는 도시는 한식당이 많지 않은 반면, 애틀랜타에는 거의 한국과 같은 모든 식당이 있으니, 그동안 먹고 싶었던 짬뽕, 탕수육, 회, 분식 등등등을 먹으러 가면 뭔가 두 가지가 연결된 뿌듯함이 생기지 않을까! 


결국, 투표 = 음식파티로 만들어 친구들을 이끌고 투표를 하러 갔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투표소! 


한국에서는 지참물건에 대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한국보다 2주 전에 했던 투표는 별 이슈 없이, 줄이 길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신속하게 지나갔다. 



재외국민 투표인증! 손가락 표시는 아무 의미 없음 :)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데, 또 별거다. 나름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투표를 하니, 기분이 좀 좋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표소에 들어갈 때까지도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별 고민도 없었다는 것. 목도리 정도 길이의 비례 투표용지를 보고 "우와!!!" 탄성을 지를 때는 관계자분들이 웃으시기도 했다. 


자, 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진짜) 목적을 달성할 시간이다" 




그렇다. 진심이다. 먹고 먹고 또 먹었다. 냉면 집에서는 5명이서 메뉴 7개를 먹었다. 

식당 한 군데만 가는 게 너무 아까워서 회, 김밥, 떡볶이, 순대, 누룽지탕, 보쌈 등등을 모두 사 와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먹었다. 


어쩌면 귀찮고 지루한, 그리고 별 의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투표지만, 뭔가 다른 동기를 같이 붙여 의미부여를 하니 괜히 더 뿌듯해진다. 


멀리 있지만, 나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의사를 표명한다는 것, 사실 단순한 일인데, 이곳에서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의식이자 행사였다. 맛있는 것을 먹은 건 덤. 


정치는 누가 어떻게 파워를 형성하고 행사하느냐의 문제라, 그렇게 아름다운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한번쯤은 떨어져서 생각해 보고, 당연한 권리를 소중하게 행사해 볼 때 좀 더 새로운 감정과 생각들을 들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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