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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nt Kim May 16. 2024

박사유학생의 왓츠인마이백

무겁거나, 어지럽거나, 아님 가벼운 내 가방. 그리고 나의 심리상태.

가방의 무게는 심리상태와 비례할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 주인공 김지원 배우님이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왓츠인마이백'을 선보인적이 있는데, 달랑 보자기에 마사지기와 립밤, 이어폰을 넣어 다니고 있었다. 


물론, 매니저가 항상 따라붙는 연예인이지만, 본인이 이것저것 챙기지 않으면 불안한 스타일이면 가방에 뭔가 많이 있을 것 같은데, 김지원 배우님은 그렇지 않았던 것. 뭔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줄도 알고, 특정 상황에 대해서 크게 통제기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통학거리가 길던 석사과정 중에도 집에서도, 연구실에서도 공부하면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며 프린트한 논문과 대출한 책들을 여기저기이고 지고 다니며 그 더운 날씨에 육수를 뿜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정말 공부 열심히 했냐고? 그건 사실 아니다. 때론 무거운 가방 때문에 짜증이 나서, 피곤해서, 그리고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서 가지고 다녔던 것들을 다 챙겨보지 못했다. 


결국, 다시는 보지도 않을 책이며 꺼내보지 않을 것들을 이고 지고 다니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다짐했다. 


얼마 전 읽었던 리처드 라이더 (Richard J. Leider)와 데이비드 샤피로 (David A. Shapiro)의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에서, 가방의 무게와 심리상태를 연결하는 구절들을 발견했다. 그 책은 인생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의 지점이 무엇인지,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날 때 챙겨야 할 것, 챙기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따져보고 그것들을 정말 원하는지, 그리고 반드시 가지고 가야만 하는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실 왓츠인마이백 챌린지는 2014년 인스타그램에 이미 유행했었다. 그때 나도 어쭙잖게 해 봤던 기억이 문득. 

그렇답니다. "백팩에 잡다한걸 다 쑤셔 넣기에..."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때는 정리정돈은커녕 뭔가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다 집어넣고 다녔던 것 같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이것도 뭔가 줄인다고 해서 들고 다니는 건데!

비우고 비워도 8개나 넘어가는 같은 펜들, 랩탑에 아이패드에 수첩도 세 개나... 건강을 챙기는 게 중요하니 약은 꼭 들고 다녀야겠고, 밥은 먹어야겠다며 수저와 젓가락까지. 이어폰도 에어팟 배터리가 나가는 걸 생각해서 줄 이어폰까지 준비했다. 그때그때의 메모를 위한 수첩과 포스트잇... 등등... 너무 잡다구리가 많다는 생각도. 


그래도 어느 정도 비워내기는 성공한 듯하다. 사실 공부하고 일하려면 저 정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러기엔 좀 더 줄일 게 있긴 하다)


가방에 든 것을 진짜 하루에 한 번씩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내가 얼마나 예측 가능한 스케줄을 가지고 있고, 적정량의 워크로드를 미리 생각해 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오피스에서 할 일과 퇴근 뒤에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나누고 시간을 정해둔다면 이고 지고 다녀야 할 책과 각종 잡동사니는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해야 할 것은 많은데, 막상 각 task의 소요 예상 시간들을 잘 모르겠고, 답답한 마음만 클 때는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쑤셔 넣으며 가방 무게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결국, 하루에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의 적정 분량과 적당한 스케쥴링은 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언젠가 10년 뒤 다시 왓츠인마이백을 해본다면, 그냥 아이패드 (그때는 망막이려나...?) 하나 덜렁 들고 다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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